40일 예산전쟁 돌입… ‘우·순·순’에 겉돌 위기

입력 2016-10-24 00:33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가운데)이 23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 방안을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김태년 예결위 간사, 윤 의장, 홍익표 의원. 이동희 기자

‘40일 예산전쟁’의 막이 올랐다. 최순실씨 ‘비선실세’ 의혹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문제,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정쟁에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묻힐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격 수위를 높여가는 야권과 배수진을 친 정부·여당이 충돌하면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파상공세를 퍼부은 최씨 의혹을 정기국회 내내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 있는 정부 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며 대대적인 ‘예산안 칼질’도 예고했다. 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예산에 스며들어 있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예산’을 모두 찾아 전액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최씨 의혹의 핵심 인물인 차은택 영상감독이 관여했던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사업을 전면 수정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업 예산은 올해 904억원에서 1278억원으로 증액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케이밀(K-Meal) 사업 예산 154억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예산 185억원도 삭감할 방침이다. 사업 자금 일부가 미르재단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다.

야당은 또 우 수석 개인 뿐 아니라 검찰의 최씨 의혹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 수석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다음 달 발표되는 교육부의 국정 교과서 최종본에 대한 공세도 예고했다.

새누리당은 ‘송민순 회고록’ 이슈로 맞불을 놓고 있다. 공격 포인트를 단순히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북한 사전 결재’ 논란에 한정하지 않고 노무현정부 및 야권의 대북관으로 확대하고 있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갈수록 확산되는 최씨 의혹에 비해 ‘회고록 카드’는 공격력이 떨어진다는 시각도 있다. 예산 심의 국면에서 거야(巨野)의 공세에 민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까지 가세할 경우 속절없이 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당 고위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앞둔 예산 심의에서 야당이 또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기만 할 경우 (야당에) 역풍이 불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민주당이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데 대해 “국가 예산과 국정 운영이 보복으로 되는 거냐”며 야당을 맹비난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로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살리기 예산이 통과되지 못할 위기’라는 프레임을 전면에 내세울 계획이다. 북한 핵실험 대응과 지진 안전 시스템 구축,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단속, 쌀값 안정화 대책 등 ‘민생 예산’을 보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 예산안은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아도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만 과반을 차지한 야당이 이를 부결시킬 가능성도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