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방패 284명 학살… IS, 모술 사수 ‘최후의 발악’

입력 2016-10-24 00:03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 탈환작전을 벌이고 있는 이라크 특수부대원들이 21일(현지시간) 모술 외곽 바르텔라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로부터 되찾은 뒤 국기를 흔들며 기뻐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22일 바그다드에 도착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AP뉴시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행태가 흉포하다. 이라크가 주축이 된 연합군의 탈환작전이 한창인 모술에서 학살과 방화를 일삼고 있다. 이라크 제2의 도시이자 IS의 이라크 내 마지막 거점인 모술은 거대한 도살장으로 변했다. 어느 틈에 유독가스에 질식될지 모른다. 100만명 넘는 주민은 생과 사의 경계에서 숨죽이고 있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IS는 지난 20∼21일 모술에서 민간인 284명을 집단 매장했다. 어린이도 예외 없이 불도저로 파묻었다. 연합군의 공습에 맞서 ‘인간방패’로 징발된 이들은 쓸모가 없어지자 사살된 것으로 보인다.

자이드 라드 알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IS는 인간의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민간인을 방패로 활용하는 것도 모자라 풀어주는 대신 사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앞서 IS는 모술 외곽 나자피아와 사마리아에서 550가구를 강제로 데려와 관공서 등 주요 시설에 배치했다. 때문에 인간방패 희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IS는 징발된 민간인이 충성을 맹세하지 않으면 사살한다. 이미 최소 40명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졌다.

막다른 길에 몰린 IS는 유독가스에 손을 댔다. 연합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지난 20일 모술 남부 알미슈라크의 유황처리 공장에 불을 질렀다. 유독가스로 보이는 백색 연기가 지금도 솟아오르고 있다. 유독가스는 바람을 타고 연합군 주둔지 카야라로 확산되고 있다. 탈환작전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은 유독가스 차단용 방독면을 착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독가스 때문에 민간인 2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호흡곤란 증세로 치료를 받고 있다.

IS가 전선을 확대하며 반격에 나선 탓에 민간인 희생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IS는 전날 모술 남쪽 170㎞에 위치한 키르쿠크를 공격했다. 하루 만에 진압됐지만 모술 탈환작전에 차질을 빚었다. IS 대원 70여명은 피란민으로 위장해 키르쿠크로 진입한 뒤 시내에서 총격전을 벌였다. 체포된 한 대원은 “IS의 확장을 과시하고 모술 전선의 압박을 풀기 위해 키르쿠크를 습격했다”고 말했다.

터키의 참전을 둘러싸고 연합군 내부의 갈등도 불거졌다. 이라크는 참전을 강행하는 터키에 주권 침해라면서 철군을 요구했다. 터키 참전을 허용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도 거절했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는 바그다드를 방문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터키가 이라크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연합군의 일원으로 IS 격퇴전에 나선 쿠르드족 민병대가 시리아 북부에서 터키군으로부터 연일 공습을 당하고 있다. 터키와 쿠르드족은 물론 IS 박멸을 위해 공조한 이라크와 미국의 관계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