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지우는 최순실… 소환 시작하는 檢

입력 2016-10-24 00:02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김형수 연세대 교수 등 핵심 참고인을 잇달아 소환하며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비선실세’ 의혹의 당사자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핵심 관련자들은 이미 잠적한 상태이며, 검찰 수사에 대비해 ‘흔적 지우기’에 나선 정황마저 포착됐다. 본격 수사에 대비해 움직이기 시작한 최씨와 검찰 간 치열한 수싸움과 숨바꼭질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는 23일 김 교수를 소환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과정을 집중 추궁했다. 검찰에 출석한 김 교수는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것 하나 없다”고 말했다. K스포츠재단 김필승(54) 이사와 재단 설립 허가 등에 관여한 문화체육관광부 과장 1명도 검찰에 나와 조사받았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최씨가 재단 일에 관여했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에도 두 재단의 설립·모금을 주도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실무자들을 불러 800억원에 가까운 대기업 출연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유럽에 체류 중인 최씨 신병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최씨 모녀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경마연습장 근처 단독주택가에 머물다 의혹이 불거진 이후 종적이 묘연한 상태다. 하지만 종적을 감춘 최씨 모녀와 측근들은 좁혀오는 검찰 수사에 대비하는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독일 헤센주 슈미텐에 있는 더블루케이의 상업등기 내용에는 지난 20일자로 대표이사 변경 사실이 등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더블루케이 대표가 최씨의 측근으로 거론된 고영태(40)씨에서 더블루케이를 처음 독일에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준 교포 변호사 박모씨로 바뀐 것이다. 최씨의 개인 회사로 알려진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한 자금을 독일로 보내기 위한 통로로 의심받는 곳이다. 이를 두고 고씨가 검찰 수사에 따른 향후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더블루케이 대표직에서 급하게 물러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막말 논란에 휩싸였던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의 페이스북 계정은 삭제됐고, 국제승마연맹(FEI) 홈페이지에 등록된 정씨 프로필도 일부 수정됐다. 삼성 소속이라고 돼 있어 ‘삼성 지원설’의 근거가 됐던 소속팀 정보와 ‘아버지는 대통령을 보좌하고 있다’고 한 내용이 프로필에서 삭제됐다. 앞서 지난 21일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이화여대 특혜입학 의혹과 관련해 최씨 모녀와 최경희 전 총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