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 중인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은 정권 ‘비선실세’ 논란에 휩싸인 최순실(60)씨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씨가 두 재단의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 딸 정유라(20)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에 개입했다면 횡령·배임, 조세포탈, 업무방해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의혹들이 구체적인 사실로 확인됐을 때 의율(擬律·죄에 따라 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전망이다.
법조인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재단의) 자금 흐름 등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한다’는 전제 하에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재단 자금의 ‘횡령·배임’,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조세포탈’ 등이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K스포츠재단에서 최씨가 세운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비덱(WIDEC)’으로 호텔 등 부동산 구입 자금이 흘러들어간 것이 확인되면 횡령·배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K스포츠재단은 지난 1월 한 대기업에 ‘2020년 도쿄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 명목으로 80억원 추가 지원을 요청하며 “‘비덱’이 에이전시를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스포츠재단 홈페이지 등에 나타난 재단 설립 목적은 ‘유명한 인재 발굴·양성·지원 사업’ ‘글로벌 스포츠 재원 육성’ ‘활발한 국제 스포츠 교류’ 등이다. 한 법조인은 23일 “재단의 돈이 설립 목적을 위해 쓰였는지, 한 개인을 위해 쓰였는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면서 “만약 후자라면 재단 자금 관리자의 횡령·배임 등과 함께 최씨도 공범으로 의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서는 ‘업무방해’를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혐의 적용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재경 지법의 한 판사는 “최씨가 부당하게 이화여대의 입학·학사 업무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면 업무방해로 의율할 수 있겠지만 ‘위계 또는 위력에 의한’이란 전제가 부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력’은 물리적 폭력, ‘위계’는 자신의 지위를 속이거나 거짓 서류를 제출해 상대방을 속이는 경우 등을 의미한다. 그는 “정씨 측이 입학서류를 허위로 제출했다면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겠지만 현재까지 그런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최씨가 비선실세라는 이유만으로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800억원대 모금 과정에선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과 각 기업 자금 담당자의 횡령·배임 등이 거론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재단 설립과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 관련법을 준수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각 기업에서도 적법한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거쳐 자금을 집행하지 않았다면 자금 관리자의 횡령·배임죄가 될 수 있고, 관련자도 공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화여대와 각 기업, 정부 공직자 등 관계자들이 두 재단의 설립이나 정씨 입학 과정 등에서 이른바 ‘피해자’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관계자는 “재단 설립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의 당시 실질적 언행이 어땠는지를 입증해야 한다”며 “최씨의 경우 공갈·협박, 안 수석의 경우 직권남용 등을 적용할 수 있겠지만 피해자 진술은 물론 통화기록 등 당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증거가 드러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최씨에 대한 의혹은 많이 제기된 상황이지만 이런 의혹들이 아직 구체적인 증거로 드러난 것은 없어 보인다”며 “검찰 수사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사진= 윤성호 기자
, 그래픽=안지나 기자
최씨에 횡령·조세포탈·업무방해죄 적용 가능할까
입력 2016-10-24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