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 2위 사업자 AT&T가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를 전격 인수했다. AT&T는 854억 달러(약 97조원)에 타임워너를 인수한다고 22일(현지시간) 밝혔다. 인수 가격은 주당 107.5달러로 21일 종가 기준으로 타임워너 주가 89.48달러보다 높게 책정됐다. 인수대금 절반은 현금, 절반은 주식으로 지불된다.
이번 인수는 대형 이통사와 킬러 콘텐츠를 다수 보유한 미디어 기업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추세에 맞춰 미디어 공룡이 출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AT&T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올 2분기 기준으로 1억4180만명에 달한다. LTE 가입자가 3800만명이고 IPTV와 스트리밍 서비스 가입자는 4550만명이다.
타임워너는 드라마 ‘왕좌의 게임’ ‘웨스트월드’ 등을 보유한 케이블TV HBO를 보유하고 있다. HBO 가입자는 지난해 말 1억3100만명이었다. 뉴스채널 CNN, NBA 농구 전문 스포츠 채널 TNT, 어린이 채널 카툰네트워크 등도 타임워너 산하다. ‘해리포터’ ‘배트맨’ 등의 영화를 만든 워너브러더스도 보유하고 있다.
네트워크와 콘텐츠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두 회사의 결합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랜달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는 “프리미엄 콘텐츠는 언제나 승리했다”면서 “모든 기기에서 콘텐츠를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 미래의 미디어 및 통신 업계를 새롭게 정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프리 뷰커스 타임워너 CEO도 “콘텐츠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방송과 통신 업계 재편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이번 인수를 최종 허가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규제 기관이 이번 인수에 부담을 느끼고 면밀히 검토하면 최종 결정은 상당히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2011년 케이블TV 업체 컴캐스트가 NBC유니버설을 인수할 때는 콘텐츠를 독점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승인했다. 반면 지난해 컴캐스트가 타임워너 케이블을 인수하려는 시도는 FCC에 의해 막혔다.
올해 전 세계 기업 간 인수·합병 중 가장 큰 규모인 AT&T와 타임워너 인수 건은 이전보다 더욱 엄격한 심사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소수에게 너무 많은 힘이 집중돼서는 안 된다”며 인수에 부정적인 의사를 피력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도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AT&T와 타임워너 인수 건은 차기 정부의 가장 크고 중요한 규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AT&T의 네트워크를 통해 타임워너의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보다 빠른 속도로 제공되는 등 차별적인 서비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소업체 등의 큰 반발이 예상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美 AT&T, 98조에 타임워너 삼켰다… 미디어 공룡 탄생
입력 2016-10-24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