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증권계 강자로 꼽히는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이 최근 부진에 빠졌다. 기업들이 주식시장 상장을 위한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면서 공모가를 부풀렸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여기다 잇따른 인수·합병(M&A) 실패로 업계 5위로 처지는 등 증권업계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투가 IPO를 주관한 기업의 주가는 공모가를 계속해서 밑돌고 있다. 지난 8월부터 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된 14개 기업 가운데 21일 종가 기준 공모가 대비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진 기업 1, 2위는 한투가 IPO를 주관한 에코마케팅과 엘에스전선아시아였다. 이 기간 한투의 IPO 주관 기업 6곳 중 좋은 성적을 기록한 건 공모가 대비 71% 오른 팍스넷뿐이다.
14개 기업 중 공모가 대비 가장 낮은 수익률을 보인 에코마케팅은 상장 첫날 하한가를 쓴 뒤 현재 공모가보다 28% 낮다. 엘에스전선아시아는 공모가보다 19% 떨어져 그 뒤를 이었다. 하반기 기대를 모은 두산밥캣은 IPO를 철회하고 공모가를 대폭 하향, 상장에 재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한투가 상장을 주관한 13개 업체 주가 역시 21일 종가 기준으로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을 기록했다. 일부 공모주 인터넷 카페에서는 공모주 청약 철회를 촉구하는 글이 잇따라 게시되는 등 성토가 이어졌다. 업계 IPO 주관 실적 1위 자리도 미래에셋대우에 뺏겼다.
이 같은 부진은 최근 연달아 일어난 증권업계 M&A 과정에서 뒤처진 모습과 오버랩된다. 한투는 지난해부터 대우증권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매물로 나올 때마다 후보로 떠올랐으나 매번 고배를 마셨다. 이 때문에 지난 상반기 기준 증권업계 자산 규모 5위까지 처졌다. 특히 라이벌이었던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 인수 후 업계 최대 규모 증권사로 올라선 데다 후발주자 KB투자증권마저 현대증권 인수로 덩치를 키워 한투의 입지는 더 좁아졌다.
한투는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대한투자증권과 함께 증권업계 선두를 다퉜다. 이후 IMF사태 당시 대우사태로 부도 위기에 처하면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등 수난을 겪었으나 동원증권과 합병한 뒤에는 대신증권을 제치고 업계 상위로 복귀했다. 그러나 최근의 부진을 딛고 예전 지위를 되찾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한투증권 공모가 논란
입력 2016-10-23 18:04 수정 2016-10-24 1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