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쯤 목회의 매너리즘에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새벽마다 엎드려 기도했습니다.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게 해달라는 기도였습니다. 아내는 “그런 기도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화를 냈습니다.
그해를 넘기기 전 건강검진을 위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찾았습니다. 심장에 이상이 있다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시 수술하기로 했고 심장판막 치환수술을 8시간에 걸쳐 받았습니다.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아 2, 3차 수술을 더 받았습니다.
두 달 넘게 동안 입원해 있으면서 같은 병실을 쓰던 여섯 분의 환우 중 네 명이 먼저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 기간 중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를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성도들의 눈물 어린 기도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목회자로서의 사명도 더욱 견고해졌습니다.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셔서 고난과 죽음을 겪으시면서까지 구원의 진리를 전해주셨던 예수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단 한명에게라도 복음을 더 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행히 죽지 않고 교회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퇴원 후 6개월가량 운전은 물론,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의사의 충고를 들었지만 강단을 더 이상 비울 수 없었습니다. 예배인도와 설교에 바로 나섰습니다. 말씀을 전하는 일이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퇴원 후 처음으로 노회에 참석했을 때 저를 본 노회원들은 수척해진 제 모습에 놀랐습니다. 수술 소식을 듣지 못했기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살을 많이 뺐느냐”며 비결을 알려달라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개월 만에 13㎏이 줄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정확무오한 분이십니다. 저의 기도를 들으시고 당신의 고난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주셨어요. 그 덕에 살도 빠졌답니다.”
저는 큰 교회에서 목회하길 원한다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비바람을 피해 불 밝히고 예배드릴 수 있으니 만족합니다. 성도가 많지 않아도 설교를 듣고 한 사람이 은혜 받고 거듭나니 만족합니다. 세상에서 큰 명예를 얻지 못해도 목사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기에 만족합니다. 하나님은 제 기도를 들으시고, 예수님의 마음을 알게 하셨습니다. 지금도 감사하며 지냅니다.
유성상 목사 <태안 만리포교회>
◇약력=△대전신학대, 동아대,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미국 카버넌트대학원 졸업
[나의 목회 이야기] 매너리즘 빠졌다가 하나님 사랑의 채찍에 …
입력 2016-10-24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