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시작부터 꼬이는 ‘우승 시나리오’

입력 2016-10-23 18:16 수정 2016-10-23 20:52
울산 모비스 양동근이 22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전에서 다친 왼쪽 손목을 붕대로 감은 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울산 모비스는 지난 주 쾌재를 불렀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대어 이종현을 뽑았다. 이종현은 고교 시절부터 한국의 차세대 센터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모비스는 빅맨 부재로 고전했다. 대어 이종현을 낚은 모비스는 향후 10년간 해야할 빅맨 걱정을 덜었다는 생각에 감격했다. 기존에 있던 양동근, 함지훈 외에 이종현까지 가세하며 당분간 ‘모비스 왕조’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더욱이 이종현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만수(萬手)’ 유재학 감독조차 이종현을 선택하며 “우승 때보다 더 기쁘다”고 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모비스에게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이종현이 대학시절 혹사로 오른쪽 발 피로골절을 당해 최소 2개월 출장이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이종현은 지난 22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다리에 붕대를 감은 채 앉아서 경기를 지켜봤다.

그런 사이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 빅3 중 한 명인 강상재가 상대 팀에서 맹활약하는 장면을 씁쓸히 지켜봤다. 전자랜드 강상재는 이날 주전 중 세 번째로 많은 18분을 뛰며 5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올렸다. 점수보다 박스 아웃과 속공 상황에서 팀 동료를 도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빅3의 주인공 SK 최준용도 안양 KGC인삼공사전에 선발로 출전해 12득점, 9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모비스는 개막전에서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팀의 기둥이자 코트의 야전사령관인 가드 양동근이 부상을 당했다. 3쿼터에서 수비를 하다 점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왼 손목을 접질렀다. 양동근은 현장에서 응급처지를 한 뒤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했지만 심각한 상황이다.

모비스 관계자는 “가벼운 부상이길 바랬는데 아니다. 골절이기 때문에 장기간 치료와 재활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현재로선 최대 세 달 가까이 출전이 어려운 상황이다. 모비스로서는 이종현 공백보다 더 뼈아프다. 양동근은 그야말로 모비스 전력의 ‘핵’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 30분 이상을 소화한다. 가드로서 적절히 슈터들에게 공을 공급해 역대 최고인 챔피연결정전 최우수선수(MVP) 4회 수상에 빛난다. 단신 외국인 선수인 네이트 밀러가 있긴 하지만 양동근만큼 경기 체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 결국 모비스는 이종현과 양동근의 공백 속에 전자랜드에 63대 80으로 대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유 감독도 울상이다. 유 감독은 “양동근이 빠지면 모든 계획이 문제가 된다. 밀러는 체력이 안돼 이지원으로 경기를 치러야 하지만 아직 턴오버가 많다”며 “시즌을 접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모비스는 23일 경기에서도 서울 삼성에 73대 88로 완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모비스는 삼성에 천적으로 군림했다. 지난해까지 프로팀 최다인 23연승을 달릴 정도였다. 하지만 양동근과 이종현이 없는 모비스는 무기력한 플레이로 무너졌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팀 전주 KCC도 초반부터 삐걱대고 있다. KCC는 창원 LG에 67대 79로 패했다. KCC는 전날 개막전에서 고양 오리온에 69대 81로 완패한데 이어 이날도 지면서 2연패를 당하고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모규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