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禹 동행명령장’ 접은 까닭은?

입력 2016-10-24 00:03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청와대 국감에 앞서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불참한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의사를 철회했을까.

민주당의 지난 21일 ‘변심’은 일단 파행으로 국감마저 무력화되는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 통화에서 “‘최순실 게이트’ 당사자인 청와대 안종범 정책수석이 출석한 상황에서 우 수석 동행명령장 발부 여부로 국감이 파행되면 오히려 새누리당이 좋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단 안 수석을 상대로 최씨 연관 여부 및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추궁한 것만으로도 일부 목적을 달성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 수석이 출석하더라도 어차피 함구할 게 뻔한 만큼 ‘실익’이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오히려 국감 불참으로 우 수석의 ‘막후 조종자’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봤다. 그럴수록 박근혜정부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란 계산이 서 있다.

하지만 지나친 정무적 판단으로 지지층에게 실망을 안겼다는 비판도 있다. 당장 국민의당이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여소야대를 만들어주니 그 따위냐고 국민들이 엄청 비난한다”라며 “모든 언론과 국민은 대한민국을 분탕질하는 우병우·최순실 두 남녀를 향해 삿대질하며, 두 사람을 감싸는 대통령에겐 사상 최저 25% 지지율로 평가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끝까지 동행명령장 발부를 주장했지만 그런 설명이 통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변심을 기다렸다는 듯이 국감에 불출석한 우 수석의 검찰 고발에 합의했다. ‘우병우 방패막이’ 노릇만 했다는 비판을 피하고, 대치 안건을 최대 90일간 논의할 수 있도록 한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는 ‘꼼수’를 쓰는 부담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정도로 새누리당은 악화된 민심을 의식해야 하는 처지였다. 통상 처벌 수위가 높지 않은 고발에 합의해주는 대신 야당의 동행명령권 발동 추진을 저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정당한 사유 없는 국감 불출석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5년 이하 징역을 받게 된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국회 직원이 청와대로 들어가 우 수석을 대상으로 동행명령권을 집행하는 모양새까지는 만들려 하지 않았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동행명령권 발동 표결을 막으려고 야당과 싸우는 모습도 연출되지 않았다.

강준구 김경택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