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가 중국 어선 불법조업 문제로 또다시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7일 중국 어선이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한국 해경의 고속단정을 들이받아 침몰시키고 도주하는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 사건은 중국의 민간 어선이 한국의 해양 권력과 공권력에 정면으로 도전한 초유의 사건이며 살인미수 행위다. 2001년 6월 한·중 양국은 어업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중국 어선들은 협정 내용을 위반하는 불법행위를 계속 저지르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의 여러 관계를 고려해 소극적이고 인도적인 방법으로 단속을 해왔다. 그런데 중국 어선들은 오히려 이를 악용해 조직적이고 흉포한 방법으로 급기야 공격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등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유감 표명 한마디 없는 데다 한국의 지나친 단속이 중국 어민의 극렬한 저항을 불러 발생했다며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우를 범했다는 점이다. 이 사고가 양국의 공동 조업이 보장된 지역에서 한국 해경의 월권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적반하장식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서해 해역은 폭이 400해리가 안돼 각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가질 수 없어 양국은 중첩 수역을 잠정조치 수역으로 지정했다. 불법행위는 한국 측 관할 수역에서 발생했고 중국 어선이 도주하자 해경이 추격권을 행사해 잠정조치 수역 7.6㎞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국 논리대로라면 도둑은 집안에서만 잡아야 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의 자매지로 민족주의적 여론전과 심리전을 펼치는 환구시보(環球時報)의 논조다. 미지근한 대응을 질타 받던 한국 해경이 참다못해 향후 함포사격 등 강경대응을 천명하자 연일 협박성 보도를 내고 있다. 중국 어민은 사회적 약자로 보호받아야 하고, 한국은 결코 공용화기를 쓰지 못할 것이라며 마치 중국 어민들에게 위축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다. 한국 어민은 사회적 강자라서 괜찮은 것인지, 타국 정부의 결정을 이렇게 폄훼해도 되는 것인지, 왜 한국이 중국 어민의 사회적 부담을 져야 하는지, 이러한 왜곡된 보도 태도가 양국 관계 발전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지도 묻고 싶다.
한·중 어업협정은 선천적으로 약점이 많다. 양국의 해역 중첩도 문제고 해양 경계가 획정되지 않아 분쟁 소지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발생 가능한 분쟁을 최소화하고 규범적 관리를 위해 어업협정을 맺었다. 이는 국가 간 약속이며,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연 1600척에만 허가된 조업을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1만 여척이 출현하도록 방관하고 있으며 16년이 지난 현재도 수차에 걸친 상호 단속과 각종 협의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저인망 쌍끌이 조업을 통해 치어까지 남획해 서해 황금어장을 황폐화시키고 있으며, 허가된 배들도 어획량을 조작하는 등 불법행위가 공공연하다. 또 북방한계선(NLL)은 남북 간 문제라며 북한으로부터 조업권을 사들여 한강 하구까지 출현하는 등 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
당연히 명확한 원칙을 세우고 필요에 따라서는 강경대응도 불사해야 하며 분명한 우리 입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강경대응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단속 장비와 인원을 무한정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런 식의 조업이 계속되면 황금어장이 사라져 모두에게 손해라는 정부와 민간 차원의 설득도 체계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중국은 분명 거대 국가가 되었다. 힘으로 한국을 밀어붙일 수도 있고 우리 정부를 압박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힘자랑 식 접근은 인접국 한국 국민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잃을 수 있는 것임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강준영 중국정치경제학 한국외대 교수
[한반도포커스-강준영] 서해 불법조업, 중국 인식이 문제
입력 2016-10-23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