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대상 업종으로 지목된 석유화학 업계가 전반적인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범용제품 생산 시설은 선제적으로 정리하고,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고 있다. 업계가 상반기 안정적인 유가 흐름으로 호황을 맞으면서 실탄도 두둑해져 이런 재편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고부가 제품으로 라인업 재정비
지난달 3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산업화학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NCC 설비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지원 내용이 담겼다. NCC는 원유를 분별 증류해 나온 납사(Naphtha)로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가 되는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저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납사 가격도 떨어져 NCC는 지난해와 올해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에 LG화학은 2019년까지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2870억원을 투자해 NCC 공장 에틸렌 생산량을 23만t 증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LG화학의 연간 에틸렌 생산량은 총 243만t으로 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2014년부터 중국 최대 정유사인 시노펙과 함께 중국 NCC 사업에 진출, 첫해 147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도 465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고부가 제품 라인업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4000억원을 투입해 엘라스토머 공장 증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엘라스토머는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갖춘 고부가 합성수지로 전 세계 4개사만 독점적 생산이 가능하다. SK종합화학은 지난해 4월 글로벌 화학 기업인 사빅(SABIC)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넥슬렌’이라는 브랜드의 고성능 폴리에틸렌을 생산 중이다. 울산CLX에 있는 23만t 규모 공장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제2공장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바쁘다. S-OIL은 총 4조8000억원을 투입해 잔사유를 프로필렌과 휘발유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RUC 시설과 폴리프로필렌, 산화프로필렌을 생산하는 ODC 시설을 함께 건설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폐목재에서 바이오부탄올을 뽑아내는 시범공장 착공에 나선 상황이다.
돈 안 되는 공급과잉 라인은 축소
반면 업계는 공급과잉 상태에 빠진 제품군은 정리하고 있다. LG화학은 여수공장 내 PS(폴리스티렌) 생산라인을 정리하며 생산량을 연간 10만t에서 5만t 규모로 줄였다. PS는 정부가 발표한 공급과잉 품목 중 하나로 생산 감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었다. LG화학은 PS 생산라인을 고부가 제품인 ABS 생산라인으로 전환키로 했다.
한화케미칼은 정부의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울산 가성소다 제조 공장을 유니드에 매각한 뒤 원샷법을 통해 확보한 세제 혜택 등을 이용, 고기능성 PVC 제품 등 고부가가치 신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유니드는 이 공장을 가성칼륨 공장으로 개조해 공급과잉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던 가성소다 생산량은 20만t 감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각 업체들은 공급과잉 상태 제품군에 대해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석유화학업계 체질 바꾼다
입력 2016-10-24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