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명언을 남겼다. 21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1차전도 그랬다. 패색이 짙었던 NC가 마지막 9회에서 대역전극을 이루며 3대 2로 승리했다. 기선을 제압한 NC는 한국시리즈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32회 중 25회(78.1%)나 된다.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NC 선발 에릭 해커는 투심과 커터를 적절히 구사하며 LG 타선을 완벽히 막았다. LG 선발 헨리 소사도 최고 시속 155㎞ 강속구로 NC 타자를 요리했다.
0-0 균형을 무너뜨린 선수는 LG 4번 타자 루이스 히메네스였다. 히메네스는 7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1볼-2스트라이크에서 해커의 시속 138㎞ 컷 패스트볼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05m. LG는 8회초에 정상호가 솔로포를 터트리며 승리를 굳히는 듯했다.
NC는 패색이 짙었다. 너무 오래 쉰 탓인지 좀처럼 공격의 물꼬를 틀지 못했다. 그렇게 0-2로 뒤진 상황에서 9회말 마지막 공격에 들어갔다. LG는 마무리 임정우를 마운드에 올려 승리를 매조지하려 했다.
하지만 선두타자 박민우가 중전 안타에 이어 폭투로 2루를 밟으면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됐다. 곧바로 권희동이 좌전 안타로 무사 1, 3루 기회를 만들었고 지석훈이 팀의 첫 타점을 올렸다.
NC 양상문 감독이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임정우를 내리고 김지용을 투입했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도 승부수를 걸었다. 김 감독은 1사 1, 3루에서 대타로 이호준을 내보냈다. 결국 이호준이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좌전 안타로 결국 동점을 만들었다. LG는 손시헌을 고의사구로 내보내며 만루 작전을 썼지만 용덕한이 3루수 히메네스를 맞고 좌익수 선상으로 흐르는 끝내기 안타를 치면서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용덕한은 이 안타로 1차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NC는 ‘형님’들이 앞장서서 대역전극을 이뤘다. 끌려간 경기를 뒤집은 주역들은 모두 베테랑이었다. 선취점을 낸 지석훈은 2003년에 데뷔했고, 동점타를 때린 이호준은 팀의 최고참이다. 2004년 두산 베어스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용덕한은 백업 포수지만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이 있는 선수로 유명하다. 2010년 두산 시절에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9타수 6안타 4타점으로 시리즈 MVP에 선정된 바 있다. 용덕한은 “13년 동안 프로에서 끝내기가 한 번도 없었다. 오늘 처음이었고, 플레이오프 구단 첫 끝내기라고 하니까 기분도 좋다”며 “다른 선수들이 잘해줘서 나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경문 감독도 이들의 활약에 반색했다. 김 감독은 “9회까지 점수가 안 났으면 감독이 욕 먹는 경기였는데 9회에 점수를 내줘서 고참 선수들에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며 “1차전을 승리했지만 아직 2경기를 더 이겨야 한다. 앞으로 경기 준비를 잘 하겠다”고 말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쳐 아쉽다”면서도 “패배의 충격은 없을 것이다. 오늘 패배가 선수들이 더 힘을 내고 긴장하고 단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플레이오프 2차전은 22일 오후 2시에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선발은 재크 스튜어트(NC)와 데이비드 허프(LG)가 나온다.
창원=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9회말 야구의 ‘진수’… NC, 0대 2서 대역전극
입력 2016-10-21 2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