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없는 ‘우병우 국감’… 여야 “책임 물을 수밖에”

입력 2016-10-22 04:17
국회 운영위원회 여야 간사들이 21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동행명령장 발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국정감사장을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국민의당 간사, 김도읍 새누리당 간사,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지훈 기자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끝내 불출석했다. 여야는 결국 우 수석을 고발하기로 했다. 이날 우 수석은 오후 5시쯤 국회의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운영위에 전했다.

여야는 국감에 불출석한 우 수석에 대한 동행명령권 발동 여부를 놓고 시작부터 정면충돌했다. 새누리당은 민정수석 업무와 관련 없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정수석이 국감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그러나 동행명령장을 발부해서라도 우 수석을 출석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된 상황인데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후 4시30분까지 우 수석의 최종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이 비서실장은 우 수석과 직접 통화한 뒤 불출석 입장을 전했다. 그러자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우 수석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데 합의했다. 야당은 “청와대 비서실장보다 더 센 민정수석”이라며 우 수석을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도 고발에 동의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공개 협상에서 합의한 내용인 만큼 이것을 뒤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야 3당 협상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동행명령장을 집행하고 끝까지 거부하면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동행명령 거부에 대해선 5년 이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동행명령장 발부에 반대하는 여당과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다 고발 여부마저 불투명해질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는 “동행명령장 발부 여부로 여야가 싸우는 것보다 국회가 오만불손한 우 수석을 고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건의하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고 발언해 국감이 파행을 겪었다. 노 원내대표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대통령은 지금 강제모금을 했다고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이라며 “마치 죄의식 없는 확신범 같은 그런 상태에 놓여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 비서실장은 추가 발언 기회를 요청해 “공식석상에서 국가원수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며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와 같은 당 의원들도 노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노 원내대표는 “모금이 자발적이어도 위력에 의한 영업방해 행위로써 대통령은 죄의식이 없는 것도, 확신범이라는 것도 사실”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노 원대대표와 여당 의원들 간 공방이 계속되자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는 감사 중지를 선언했고 두 시간 뒤에야 재개됐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