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끝내 불출석했다. 여야는 결국 우 수석을 고발하기로 했다. 이날 우 수석은 오후 5시쯤 국회의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을 통해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운영위에 전했다.
여야는 국감에 불출석한 우 수석에 대한 동행명령권 발동 여부를 놓고 시작부터 정면충돌했다. 새누리당은 민정수석 업무와 관련 없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민정수석이 국감에 출석한 전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그러나 동행명령장을 발부해서라도 우 수석을 출석시켜야 한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검찰에 고발된 상황인데 이 자리에 나왔다”고 했다.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운영위원장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오후 4시30분까지 우 수석의 최종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이 비서실장은 우 수석과 직접 통화한 뒤 불출석 입장을 전했다. 그러자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우 수석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데 합의했다. 야당은 “청와대 비서실장보다 더 센 민정수석”이라며 우 수석을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도 고발에 동의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공개 협상에서 합의한 내용인 만큼 이것을 뒤엎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야 3당 협상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동행명령장을 집행하고 끝까지 거부하면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큰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동행명령 거부에 대해선 5년 이하 징역형이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동행명령장 발부에 반대하는 여당과 소모적인 논쟁을 지속하다 고발 여부마저 불투명해질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 원내대표는 “동행명령장 발부 여부로 여야가 싸우는 것보다 국회가 오만불손한 우 수석을 고발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건의하라고 당 지도부에 요구하는 등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죄의식 없는 확신범”이라고 발언해 국감이 파행을 겪었다. 노 원내대표는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대통령은 지금 강제모금을 했다고 생각을 안 하고 있는 것”이라며 “마치 죄의식 없는 확신범 같은 그런 상태에 놓여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 비서실장은 추가 발언 기회를 요청해 “공식석상에서 국가원수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느냐”며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와 같은 당 의원들도 노 원내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노 원내대표는 “모금이 자발적이어도 위력에 의한 영업방해 행위로써 대통령은 죄의식이 없는 것도, 확신범이라는 것도 사실”이라며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다.
노 원대대표와 여당 의원들 간 공방이 계속되자 새누리당 정 원내대표는 감사 중지를 선언했고 두 시간 뒤에야 재개됐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
우병우 없는 ‘우병우 국감’… 여야 “책임 물을 수밖에”
입력 2016-10-22 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