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결별하겠다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1) 필리핀 대통령의 폭탄 발언이 미국을 충격에 빠트렸다. 미 국무부는 대니얼 러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필리핀에 급파해 진의 파악에 나섰다.
지난 18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국빈 방문한 두테르테는 20일 공개석상에서 미국과의 군사·경제적 결별을 선언했다. 그는 베이징 비즈니스 포럼에서 “미국은 현재 잃어버렸다. 나는 당신들(중국)의 이념적 흐름에 맞춰 나 자신을 바꿨다. 러시아에 가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우리 세 나라(필리핀·중국·러시아)가 세상과 맞서고 있다고 얘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 대미 관계를 끝낼 것이고, 결별이 무엇을 수반할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21일 성명을 통해 “자주적인 외교정책을 펴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이라며 “동맹국과의 조약이나 협약을 어기겠다는 의도는 아니다”고 사태를 수습하고 나섰다.
그러나 예상보다 멀리 나간 두테르테의 발언에 미국은 상당히 당황한 모습이다. 전통적 친미 국가인 필리핀이 미국을 밀어내고 중국과 결탁한다면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큰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반목하던 필리핀을 우군으로 맞이하면서 동남아에서 세력 확장이 가능해졌다.
미 국무부 존 커비 대변인은 “(두테르테의) 아주 센 일부 표현은 우리와 필리핀이 유지해온 관계와 배치된다”며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릭 슐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필리핀 관료들로부터 동맹관계 변화에 관한 어떤 요청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러셀 차관보는 발언의 저의와 향후 계획을 파악하기 위해 21일 필리핀으로 날아갔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의 한 고위 관료는 “두테르테는 중국에서 최대한 눈길을 끌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필리핀 국민들의 친미 성향이 여전해 두테르테의 갑작스러운 친중국 노선이 자국에서 강한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中 방문 두테르테 “美와 결별” 발언에 美 “헉…” 동아태차관보 급파
입력 2016-10-22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