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경·강동원, ‘작은 영화’ 사랑하는 스크린의 별

입력 2016-10-23 18:52 수정 2016-10-23 21:03
심은경
강동원
신인감독이 충무로에 안착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단편 혹은 독립영화계에서 숱한 경쟁을 뚫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보여야 한다. 실력을 인정받았다한들 투자받지 못하면 영화를 만들 수 없다. 영화계의 냉정한 상업논리는 신인에겐 더 가혹하다.

하지만 티켓파워를 지닌 ‘A급 배우’가 캐스팅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흥행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투자가 활기를 띠게 된다. 감독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다만 이런 불확실한 도전을 함께해줄 배우가 많지 않다.

심은경(22)과 강동원(35)의 행보는 그래서 더 주목할 만하다. ‘시나리오를 보고 결정한다’는 소신으로 소규모 저예산 영화에 선뜻 출연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걷기왕’은 심은경이 데뷔 13년 만에 처음 찍은 독립영화다. 여러 차례 신인감독과 손을 잡았던 강동원은 오는 11월 10일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가려진 시간’으로 관객을 만난다.

‘걷기왕’은 ‘반드시 크게 들을 것’(2009) 등으로 독립영화계에서 두각을 보인 백승화 감독의 작품이다. 선천적 멀미증후군 때문에 늘 걸어 다니는 여고생 만복(심은경)이 경보에 도전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이다.

드라마 ‘대장금’(MBC·2003)에서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한 심은경은 ‘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4) 등을 거치며 20대 대표 흥행 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만한 위치에 있는 배우가 다양성영화로 발을 돌리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심은경은 “최근 강한 캐릭터를 많이 하다보니 평범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다”며 “만복이는 그런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캐릭터였다.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전했다.

‘걷기왕’은 심은경 합류 이후 투자가 원활해져 제작에 탄력을 받았다. 덩달아 개봉 규모도 커졌다. 심은경은 “개인적으로 다양성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이런 영화가 더 많은 주목을 받아서 한국영화 장르가 더 다양해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소신 행보의 대표 주자는 강동원(35)이다. 그는 감독이 신인이든 아니든 신경쓰지 않는다. 그저 내용이 흥미롭고, 감독이 그 이야기를 잘 풀어낼 거라는 믿음이 있으면 ‘오케이(OK)’다.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고르는 그는 신인감독들 사이에서 은혜로운 존재로 통한다. 단편을 보고 그 감독과의 작업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장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2015)과 이일형 감독의 ‘검사외전’(2016)은 신인감독의 상업영화 입봉작임에도 그의 출연 덕분에 흥행에 잇따라 성공했다.

‘가려진 시간’ 역시 ‘잉투기’(2013)로 영화계 주목을 받은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의문의 실종사건 이후 며칠 만에 어른이 되어 나타난 성민(강동원)과 그를 유일하게 믿어준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다.

엄 감독의 단편 ‘숲’(2012)을 인상 깊게 봤다는 강동원은 감독과의 첫 만남에 바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시나리오가 굉장히 새로웠고 시간에 대해 풀어나가는 방식이 기존 영화와 달랐다”고 만족해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