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응고시킨 ‘생명, 절정의 순간’

입력 2016-10-23 18:53

이화여대를 나와 국내외 전시를 통해 실력을 평가받은 서양화가 박현옥(62)은 자연풍경과 정물을 그린다. 산과 나무, 꽃과 화병을 화면에 옮겨낸다. 단순히 물감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옻칠, 석채, 아크릴 등을 뒤섞은 혼합재료로 그린다. 그렇게 그린 그림에는 계절감각과 시간 및 기후 등이 배어 있다.

그의 작업은 예쁘고 화사한 그림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절정의 한 순간을 화면에 응고시켜 영원히 기억하게 하는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작가의 풍경화나 정물화는 독창적이다. 그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26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다. ‘무한화서(無限花序)’라는 타이틀로 신작 40여점을 선보인다.

‘화서’란 꽃이 피는 순서를 말한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꽃이 피면 성장이 제한된다고 해서 유한화서라고 하고, 밑에서부터 위로 꽃이 피면 그 반대여서 무한화서라고 한다. 시인 이성복이 시를 쓰는 일을 ‘무한화서’에 비유한 것처럼 그림을 그리는 일도 마찬가지다.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무한한 생명력을 가진 작품을 하겠다는 작가의 의지가 담겼다.

작가는 “자연을 통해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나무든 꽃이든 결국에는 사람 사는 세상의 일부라는 애기다. 변화무쌍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순환을 그려내고 있다. 달빛이 내려앉은 꽃(사진), 밤에 더욱 화사한 꽃, 어슴푸레 안개 낀 소나무밭 등을 보고 있노라면 동화되는 느낌이다. 갤러리아트유저 기획(02-379-0317).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