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유 숙박 플랫폼 업체인 에어비앤비가 자사에 등록된 국내 오피스텔 숙소를 퇴출시키기로 했다. 공유 숙박의 인기에 힘입어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던 국내 오피스텔 시장에도 줄줄이 타격이 예상된다.
에어비앤비코리아는 관광진흥법상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에 공식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숙소들에 “11월 15일부터는 예약 요청을 수락할 수 없으며, 숙소 검색 결과에도 노출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이메일 공문을 발송했다고 21일 밝혔다.
현행법상 공유 숙박은 주택과 아파트로 한정해 국내를 방문한 외국인만 이용할 수 있다. 결국 오피스텔의 숙박업은 불법인 셈이다. 그러나 관광진흥법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단속이 지지부진하면서 도심지 에어비앤비 숙박의 대부분이 오피스텔에서 이뤄져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체부도 지금까지 여러 차례 에어비앤비에 불법 민박업소를 걸러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비앤비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서 주거용 오피스텔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외국 관광객 수요가 많은 서울 홍대권이나 종로·강남 역세권 같은 곳은 임대 매물이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일 기준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국내 숙소 수는 1만9000여개다. 임대업계는 이 중 50% 이상이 오피스텔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결국 퇴출된 오피스텔은 전월세 매물로 바뀌어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오피스텔 시장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3분기 전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전 분기(5.62%)보다 0.05% 포인트 떨어진 5.57%를 기록했다. 2011년 3분기 6.04%였던 임대수익률은 5년간 계속 하락했다. 현재 서울지역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은 5.22%까지 떨어진 상태다. 에어비앤비라는 새로운 시장을 잃은 오피스텔 업계가 전월세로 방향을 돌린다 해도 낮아진 수익률 탓에 계속 고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한창 걸음마를 시작한 국내 공유숙박 시장이 차갑게 식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새로운 부동산 플랫폼 개발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선 오피스텔의 모호한 지위부터 고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오피스텔은 2010년 주택법 개정으로 주택과 유사한 ‘준주택’이라는 법적 지위를 얻었지만 아직까지 주택보다는 사무실로 취급받고 있다. 정부는 오피스텔을 업무시설로 보고 주택 정책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형국이다. 이를 두고 모호한 법 규정 탓에 아파트와 주택의 대체재·보완재를 맡고 있는 오피스텔이 찬밥 취급을 당한다는 지적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1∼2인 가구가 급증하고, 오피스텔 거주자가 60만 가구를 돌파한 시점에서 주택으로서의 오피스텔 역할을 인정하고 주택 통계 등에서도 중요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에어비앤비 “오피스텔 불법 숙박 퇴출”
입력 2016-10-21 17:53 수정 2016-10-21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