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스 레스터-로스, 방전 모르는 ‘명품 배터리’

입력 2016-10-22 00:01
시카고 컵스의 베테랑 포수 데이빗 로스가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2016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5차전에서 6회 카를로스 루이스의 뜬공을 잡아내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시카고 컵스의 선발투수 존 레스터가 1회 역투하는 모습. AP뉴시스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라 불리는 존 레스터(32·시카고 컵스)가 또 한 번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제 월드시리즈(WS) 진출을 노리는 컵스에게 남은 건 단 1승이다. 승승장구하는 컵스에는 숨겨진 ‘명품 조연’이 있다. 레스터의 영원한 파트너이자 베테랑 포수인 데이빗 로스(39)다.

로스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NLCS) 5차전 LA 다저스와의 경기에 8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지난 15년간 정들었던 메이저리그를 떠난다. 그럼에도 레스터가 선발로 나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포수 마스크를 쓴다. 그리고 이날 다시 환상의 배터리 호흡을 뽐내며 승리의 숨은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로스와 레스터의 각별한 인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한 로스는 레스터의 전담 포수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 해 보스턴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둘은 최고의 순간을 보냈다.

이듬해 레스터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로 떠나 잠시 이별의 시간을 가졌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컵스의 테오 앱스타인 단장은 지난해 레스터와 로스를 동시에 영입했다. ‘염소의 저주’를 풀기 위한 초강수였다. 컵스에는 이미 포수 자원이 넘쳐났으나 레스터를 위해 노익장 포수를 데려오는 결단을 내렸다.

둘의 호흡은 여전했다. 로스의 리드 속에 레스터는 위력적인 투구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그 여세는 이번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졌다. 레스터는 지난 2년간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을 딛고 ‘가을 사나이’로 거듭났다.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부터 총 세 차례 등판해 총 21이닝 14피안타 2실점, 2승 0패 평균자책점 0.86의 짠물투를 펼치고 있다.

NLCS 상대인 다저스를 상대로는 더 강했다. 지난 16일 1차전에서 6이닝 1실점을 기록한 뒤 이날 5차전에서 7이닝 5피안타 1실점 1볼넷 6탈삼진으로 위력적인 투구를 펼쳤다. 덕분에 컵스는 시리즈 전적 3승 2패로 우위를 점하며 WS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레스터는 경기 후 “투구를 하면서 감정이 복받치는 감정을 느꼈다”며 “6차전을 앞둔 팀 동료들에게 충고해 줄 것은 없다. 다들 이번 시즌 잘해 왔기 때문이다”고 로스를 비롯한 컵스 선수들에게 신뢰를 보냈다.

로스도 컵스의 상승세에 흥을 더했다. 지난 12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NLDS 4차전. 그는 39세 206일의 나이로 메이저리그 역대 포스트시즌 최고령 포수 홈런을 때렸다. 도루사와 견제사 등 수비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이날 5차전에서는 좌전 2루타로 녹슬지 않은 타격감을 뽐냈다.

로스는 자신이 스타플레이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매 경기 성실하게 훈련하고 노력하는 한 명의 메이저리거일 뿐이라고 말한다. 과거 로스는 “레스터와 좋은 시기, 힘든 시기, 고통스런 순간을 모두 함께 했다. 그와 함께 컵스에 왔고, 적응해 왔다. 레스터는 나의 전부다”라고 레스터를 향한 애정을 표하기도 했다.

컵스가 월드시리즈에 오르면 두 선수의 호흡을 더욱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레스터는 2013년 WS 2경기에서 15⅓이닝 1실점으로 2승 0패 평균자책점 0.59를 기록했다. 로스가 “레스터와 함께라면 그 어떤 전쟁터도 두렵지 않다”고 말한 이유다.

컵스는 23일 다저스와 운명의 6차전을 갖는다. 선발투수는 카일 헨드릭스다. 다저스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를 앞세워 벼랑 끝 위기 탈출을 노린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