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오바마 “트럼프 선거 불복 발언, 민주주의 갉아먹어”

입력 2016-10-22 00: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대선 불복 방침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날 3차 TV토론에서 대선 불복 방침을 밝혔던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간)에는 더욱 노골적으로 불복 의사를 천명했다. 이에 버락 오바마(사진)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인사들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오하이오주 델라웨어 유세에서 “나는 대선에 전적으로 승복할 것이다. 단 내가 이길 경우에만 그렇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화당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민주당 앨 고어 전 부통령 간 대결이 펼쳐졌던 2000년 대선 사례도 거론했다. 트럼프는 “당시 앨 고어는 대선에 승복하지 않고 몇 주나 버텼고 그의 요구로 재검표가 이뤄지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 역시 의심을 살 만한 결과가 나올 경우 문제를 제기하거나 소송을 걸 권리를 남겨놓고 싶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도 네바다주 레노에서 가진 유세에서 “나 또한 선거 결과에 문제가 있을 경우 소송을 걸 권리를 남겨두겠다”고 트럼프를 두둔했다.

트럼프는 전날 TV토론에서도 패배 시 승복하겠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그때 가봐야 안다.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애간장을 태우게 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가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지원유세에서 “트럼프의 불복 발언은 미국 민주주의를 갉아먹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오바마는 트럼프의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 철회 요구에 대해서도 “휴대전화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 써야지 무작정 폐기해선 안 된다”며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처럼) 불이 날 때만 시장에서 철수시킨다”고도 했다. 부인인 미셸 오바마도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원유세에서 “트럼프의 주장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패배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대선 승복은 국민에 대한 존중이자 미국 지도자가 가져야 할 첫째 덕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와 클린턴은 이날 밤 뉴욕에서 열린 가톨릭 연례 자선행사에 나란히 참석해 촌철살인의 농담을 주고받았다. 트럼프는 연설에서 “오늘 자리는 클린턴이 처음으로 돈을 받지 않고 강연하는 날일 것”이라고 풍자했다. 또 “미셸 오바마가 연설할 때는 다들 칭송하더니 내 아내 멜라니아가 (미셸을 표절해) 똑같은 내용으로 연설할 땐 다들 못살게 군다”고 농담했다.

이어 등장한 클린턴은 “트럼프에 이어 연단을 이어받았는데 그가 이렇게 평화적으로 권력 이양을 해줄지 미처 몰랐다”고 했다. 또 “트럼프가 TV토론 때 약물검사를 하자던데 솔직히 내가 약을 좀 먹긴 했다. ‘준비’라는 약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말처럼 건강한데 블라디미르 푸틴이 타고 다닐 만하다”고 비꼬았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