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수원 FC와 광주 FC의 2016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 경기. 광주의 ‘패트리어트’ 정조국(32·사진)이 한 달 반 만에 복귀했다. 발목 부상에서 회복한 정조국은 전반 4분 페널티킥을 유도해 선제골을 넣었다. 후반 19분엔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전방을 휘젓는 몸놀림과 예리한 슈팅은 일품이었다. 이날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경기장을 찾았다. K리그 클래식 ‘예비 득점왕’ 정조국의 플레이를 살펴보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공격수 정조국은 이날 시즌 17, 18호 골을 뽑아내며 득점 선두를 굳건히 했다. 득점 2위 아드리아노(14골·FC 서울)와의 격차를 4골로 벌렸다.
정조국은 2003 시즌 32경기에서 12골을 터뜨리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2009 시즌까지 주춤하며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다. 2010 시즌엔 13골을 몰아치며 전성기를 맞았다. 서울에서 뛰던 2014, 2015 시즌엔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각각 2경기 0골, 11경기 1골로 부진했다. 이번 시즌 광주로 이적한 정조국은 27경기에서 18골을 쓸어 담으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남은 경기는 4경기. 정조국은 20골 고지 정복도 노려볼 만하다. K리그 클래식이 38경기 체제로 굳어진 2013 시즌부터 20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없다. 지난 시즌 김신욱(당시 울산 현대)은 18골, 2014 시즌 산토스(수원 삼성)는 14골, 2013 시즌 데얀(FC 서울)은 19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정조국이 가공할 득점력을 보이자 국가 대표팀에 발탁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하지만 정조국은 슈틸리케 감독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적극적인 수비와 활동 반경이 넓은 공격수를 선호한다. 그런데 정조국은 동료의 패스를 받아 마무리하는 정통 공격수다. 또 정조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기에는 나이도 많은 편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정조국은 ‘슈틸리케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2006년 1월 UAE와의 친선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정조국은 2011년 6월 세르비아와의 친선경기를 끝으로 대표팀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A매치 성적은 13경기 4골.
대표팀의 기존 원톱 자원인 석현준(25·트라브존스포르), 지동원(25·아우크스부르크), 황의조(24·성남 FC) 등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정조국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물론 우즈베키스탄과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11월 15일)에 정조국을 내보내는 것은 모험이다. 그렇다면 11월 11일 열리는 캐나다와의 친선경기에 정조국을 내보내 테스트해 보면 된다. 유럽 등 빅 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많은 국가들도 자국 리그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는 골잡이를 발탁한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2승1무1패(승점 7)로 A조 3위에 머물러 있다. 이번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패한다면 본선 직행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상황으로선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최종예선 통과가 우선이다.
정조국은 오는 23일 인천전용구장에서 열리는 인천 유니이티드와의 35라운드에 출장해 골 사냥에 나선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경기도 직접 관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관찰 대상은 정조국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까.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벼랑 끝 슈틸리케호, 정조국 카드 뽑나
입력 2016-10-21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