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숭고한 가치에 힘을 더한다는 보람으로 지금까지 달려 왔습니다.”
지난 3월 취임한 김병옥(57) 안전보건공단 상임감사는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33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실무행정에 잔뼈가 굵은 김 감사는 노동부 산업보건환경팀장, 안전보건정책과장 등 요직을 거쳐 충북지방노동위원장,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장을 역임했다.
지난 11일 울산에 위치한 공단 감사실에서 만난 그는 “오랜 공직경험을 바탕으로 상임감사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도덕성 확립과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취임 7개월을 맞은 김 감사는 직원들 사이에서 ‘선비’로 통한다. 왜 그런 별명을 갖게 됐는지는 금방 알 수 있을 듯 했다. 인터뷰 내내 겸손하고 간결하게, 그리고 신중한 어조로 질문에 답했다. 한마디 한마디에 오랜 공직생활의 연륜이 묻어났다.
그는 주로 청렴에 관해 많이 이야기했다. 평소 존경하는 인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을 꼽은 김 감사는 ‘청렴은 모든 선의 근원이며 덕의 근본(廉者 萬善之源 諸德之根)’이라는 글귀를 언급하면서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청렴은 자기수양을 통한 도덕성 확립과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데 앞장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산의 목민심서에 대해 “지금 우리사회에도 충분히 유효한 정신”이라고 평가하면서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잘못된 제도나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는 한편,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현대적 의미의 청렴”이라고 전했다.
감사업무에 대해서도 뚜렷한 가치관을 지니고 있었다.
“조직의 가치를 높이고 임직원이 전문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업무수행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감사업무의 목표입니다. 또 현장의 문제점을 발굴하고 업무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현장 스킨십 강화를 통해 1500여명 직원과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을 시작했지만, 그보다는 ‘근로자’를 위해 공직을 시작했다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직원들과의 소통을 중시한다.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통이 중요합니다. 원활한 소통이야말로 조직에 생명력과 경쟁력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김 감사는 정기적으로 ‘감사레터’를 공단 인트라넷에 올리고 있다. 그가 글을 올리면 직원들은 답글로 화답한다. 대부분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들이다. 실제로 그의 노사관계 행정업무 경험들은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통한 내부갈등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리스크 통합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기존 자체감사기구 중심의 수동적 리스크 관리에서 벗어나 현업부서와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리스크관리모델을 구축하고 싶다고 김 감사는 말했다.
“기술의 발달로 사물과 사람, 인터넷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가 대두되고,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감소, 정보집약적 근로환경, 1인 제조업의 증가 등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산업안전보건 분야 역시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적발위주의 감사업무 방식으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죠.”
김 감사는 제한된 감사인력만으로도 리스크관리의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반복 지적사례 등 고위험 핵심 취약분야를 중점 관리하고 있다. 또한 방만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자체감사기구와 일선기관의 자율감사인 협업감사를 통해 자율적 자정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현업부서와 경영진을 지원하는 전담조직과 자체감사기구의 3단계 관리모델을 도입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전사적 리스크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사전예방 감사체계를 선진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공단 업무에서 정보시스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IT에 기반, 60여개 주요 리스크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사전예방 체계도 구축 중이다.
김 감사는 끝으로 중용의 ‘성자물지종시 불성무물(誠者物之終始 不誠無物)’이라는 글귀를 언급했다. ‘정성은 모든 것의 처음이자 마지막이고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의미다.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초대석-안전보건공단 김병옥 상임감사] 적발위주 업무로는 한계 보여 예방활동으로 감사 선진화 주력
입력 2016-10-23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