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순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입력 2016-10-21 17:32

성과연봉제가 이슈다. 이에 반대해 공공기관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노조를 시작으로 철도공사가 파업을 했다. 서울메트로는 노사 합의로 끝냈지만 철도공사 노조는 3주 이상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슈는 다르나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플랜트노조 등의 파업까지 더하면 2016년 가을은 그야말로 파업의 계절이다.

성과연봉제가 뭐기에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이 이토록 극렬히 반대할까. 정부 요구의 핵심은 기본급·수당·상여금으로 구성된 임금을 기본연봉과 성과연봉으로 단순화하고 근로자 개인의 성과에 따른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급 차이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성과급 비중을 총급여의 30%까지, 성과 고저(高低) 간 인상률 격차를 2배까지, 적용 대상을 전체 임직원의 70%까지 확대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온정주의적 조직문화와 담합적 노사관계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해진 셈이다. 이는 인사관리의 시장주의적 전환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국가와 노동조합 간 집단적 교환 구조가 국가와 근로자 간 개별적 거래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화할 경우 노동조합이란 장치는 무력화되고 개별 노동자는 경쟁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노동조합이 극렬히 저항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와 기관의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을 테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는 근로자의 성과 향상을 유인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기관의 기능과 업무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보편적 지침을 일방 적용하는 전략은 말의 근육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노동력은 사용가치가 사전에 확정되지 않는 불완전 상품의 대표적 유형이다. 근로자가 충분한 직무능력을 가졌는지 불확실하고 역량을 적절하게 발휘할지도 불분명하다. 인사관리의 핵심은 이런 불확실성을 없애는 일인데 성과연봉제로는 이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성과를 둘러싼 경쟁이 심해지고 특히 이것이 고용 지위와 연계돼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근로자는 현재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기회주의적 선택에 몰입하기 때문이다. 품질경영의 대가인 W E 데밍은 개인 성과주의가 협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품질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올리버 하트 교수도 인센티브와 성과제가 반드시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는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공공기관은 이윤 극대화보다 공공성 실현을 기준으로 성과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성과주의는 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

성과연봉제도 문제지만 노동조합도 발 빠르게 변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성과연봉제를 반대하기에 앞서 현재의 임금체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개편 대안을 적극 제안해야 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 대부분은 여전히 하방 경직성이 강한 호봉제를 임금체계의 핵심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는 정년제도와 양립하기 어렵다. 60세 정년 법제화 이후 근로자가 기업을 떠나는 시점이 오히려 빨라지고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불안이 증가하는 역설 이면에 이런 임금 경직성이 내재한다.

이제라도 임금체계 개편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기초로 노사 대화의 장을 복원해야 한다. 말로는 개편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정작 대안 모색은 게을리하고 논의를 지연시키면 그 후과는 고스란히 근로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