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는 현장을 잃어버린 신학의 상아탑이 되어선 안 된다. 교역 현장의 영적 필요와 사회 문화적 요구를 읽어내고, 이에 복음적으로 응답하는 일이 신학교의 임무다.”
이달 초 취임한 임성빈(58) 제21대 장로회신학대 총장의 취임 일성은 ‘현장’이었다. 취임사에서 첫 번째로 제시한 과제가 “교역 현장을 섬기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거였다.
임 총장은 최근 서울 광진구 광장로 장신대 총장 집무실에서 가진 본보 인터뷰에서 “지금 교회 현장에서는 사역지를 찾지 못한 목회자가 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목회적 헌신과 열정, 역량을 갖춘 목회자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라며 “목회 현장의 욕구를 신학교가 채워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번에 ‘학부 출신 첫 총장’ 타이틀을 달았다. 1978년 학부 신학생으로 입학한 이래 신대원생, 조교에 이어 조교수, 부교수, 교수까지 거쳐 총장직을 맡기까지 꼭 38년이 걸렸다. 이른바 ‘한국교회 전성기’의 한가운데를 달려온 그가 총장 이름을 달고 맞닥뜨린 작금의 교회 현실은 많이 달라졌다.
“인구 절벽에다 교인 감소, 교세 침체, 신학생 지원자 감소, 목회자 과잉 공급, 교회의 사회 신뢰도 추락…. 모든 면에서 어려운 때에 중책을 맡았다고 주위에서 한마디씩 하시는데,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모든 면에서 교회에 마이너스인 현 상황이 신앙적으로는 거품을 걷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이어 “물량·세속주의에 오염된 껍질을 벗겨내야 할 때다. 세속화가 진행될수록 제도적 종교는 소멸되지만 영적인 추구는 더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경건의 훈련과 건전한 신학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교회 지도자를 배출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리와 문화를 전공한 임 총장은 최근 잇따르고 있는 목회자 비위 문제에 대해 답변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일시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3년 전부터 입학시험 단계에서 인·적성 테스트를 강화했는데 더욱 섬세한 입학 과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교회와 노회 지원을 통해 신대원 후보생의 전인적인 면을 관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임 총장은 이달부터 내년까지 줄줄이 예정된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행사들도 치러내야 한다. 신학대 수장에게 종교개혁 500주년이 갖는 의미는 뭘까.
“평신도 사역의 재발견이다. 예배당 중심의 세계관, 교회 안 신앙을 강조하는 이분법을 깨는 게 중요하다. 세상 속에서 지적·영적 전쟁을 수행할 체력을 기르는 일이 중요하다. 평신도들이 건전한 신앙·신학적 토대 위에서 기독교적 세계관과 가치를 전문인 영역에서 구현하도록 돕는 일이 신학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임 총장은 “총장인 내가 어떤 사안을 결정하더라도 공동체의 공감과 동의를 얻어내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면서 “장신 공동체의 참여와 합의를 이끌어내고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 총장, 다음 세대를 위해 트랙을 깔아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임성빈 장신대 신임 총장 “입시 때 인성 테스트 강화… 전인적 목회자 양성”
입력 2016-10-23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