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클릭… 주택 거래 20분에 끝!

입력 2016-10-22 00:00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소에서 대표 서갑수씨(오른쪽)가 태블릿PC 화면에 뜬 전자계약서를 가리키며 임차인으로 찾아온 기자(가운데)에게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살고 있는 집의 전세계약이 끝났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구해야 하지만 시간이 문제다. 업무가 많아 이곳저곳 발품을 팔 짬이 나지 않는다. 인터넷으로 좋은 물건을 봐도 해당 지역 공인중개사에 들러 계약서를 작성하기 부담스럽다. 계약 후 주민센터에 들러 확정일자까지 따로 받기에는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확실한 매물인지,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은 믿을 만한 사람인지에 대한 두려움도 남아 있다.

국토교통부는 서울 전역에서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종이 대신 전자상으로 부동산 거래를 진행하는 시스템이다. 현재는 주택만 가능하다. 기자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급매물로 나온 실제 빌라의 임차인으로 가정해 직접 전자계약을 해봤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 서갑수(50)씨가 태블릿PC를 꺼내들자 화면에 기자와 임대인(빌라 소유주)의 인적사항과 함께 매물 가격·전용면적 등이 적혀 있는 계약서가 나타났다. 부동산 전자계약 홈페이지에서 서씨가 국가에 등록된 중개사라는 걸 먼저 확인했고, 이후 미리 인적사항을 서씨에게 보낸 상태였다. 서씨는 PC로 미리 계약서를 작성했고, 이를 태블릿PC로 옮겨둔 것이다.

이후 서씨가 화면상의 ‘본인인증’ 버튼을 터치하자 기자의 휴대전화로 인증번호가 전송됐다. 계약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은 기자는 터치펜으로 액정에 서명했고, 서씨가 거래 완료를 누르자 계약이 끝났다. 정확히 20분이 걸렸다. 보통 종이 계약서를 작성할 경우 1시간 이상이 필요한 것과 비교해 40여분이 단축됐다. 계약과 동시에 확정일자가 실시간 부여돼 수수료(600원)도 아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집을 구할 경우 전자계약을 이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간편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서울에 종이 대신 전자상으로 계약서를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세계 최초다. 부동산 거래에 있어 안전성과 효율성을 담보하고, IT가 중요시되는 사회 흐름에 발맞추기 위한 시도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전국 어디서든 부동산 전자계약이 가능해진다.

의도는 좋지만 혼란도 많다. 중개수수료 등 소득이 드러나는 걸 꺼리는 공인중개사 사이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다. 전통적인 종이 계약서 대신 신규 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계약 완료 이후 내용을 수정하려면 계약서 자체를 파기하고 다시 작성해야 하는 불편함도 남아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부동산과 IT를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글=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