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진상조사 필요성을 언급하자 검찰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모금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 개입 의혹,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가 자신의 ‘개인 회사’를 통해 두 재단의 자금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는 우선 두 재단이 신청한 설립 허가가 하루 만에 처리된 과정에 특혜가 없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20일 재단 설립 허가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급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또한 최씨를 포함한 재단 관계자들에 대한 통신조회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 전화통화 내역 분석에 착수했다.
앞서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난달 29일 두 재단의 설립과 모금 등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밝혀 달라며 최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된 범죄 사실이 분명하지 않다”며 한 달 가까이 수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씨가 독일과 한국에 세운 ‘비덱(Widec)’과 ‘더블루케이(The blue K)’라는 정체불명의 회사가 K스포츠재단 사업에 관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났고, 박 대통령의 공식 발언이 나오자 본격 수사에 나서는 모양이다. 검찰은 출입국 기록을 통해 현재 최씨가 딸 정유라(20)씨와 함께 독일에 체류 중인 것을 확인하고 정확한 주거지 파악에도 나섰다. 검찰은 최씨의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그가 재단 기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횡령)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3명에 불과한 수사 검사가 맡기에는 너무 많은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최씨가 재단 설립과 사업운영 등에 개입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 최씨 소유의 페이퍼컴퍼니도 모습을 드러내 수사 범위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재단 기금 모금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앞장선 배경과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입학 의혹도 수사팀이 확인해야 할 몫이다. 최씨 모녀가 독일에 머물고 있어 당장 직접 조사가 어려운 점도 문제다. 수사 대상인 더블루케이는 지난 9월 사무실을 폐쇄해 관련 증거 확보도 어려운 상태다.
검찰이 권력 최상부와 관련된 수사에 약한 모습을 보여온 것도 부담이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도 핵심 관계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 수사 때도 검찰은 “문건 내용은 허위”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막후 권력’ 수사 제대로 될까
입력 2016-10-21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