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5월 구의역 사망 사고 이후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모두 101개역의 스크린도어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포공항역을 비롯해 101개역 중 현재까지 스크린도어 정비가 제대로 이뤄진 곳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는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22일까지 지하철 1∼9호선 307개역 스크린도어를 전부 점검했다. 그 결과 정비가 필요한 101개역을 선정했다. 센서 교체 대상 23개역, 부품정비 대상 52개역, 제어시스템·구조물 정비 대상 25개역이었고, 이번에 사고가 난 김포공항역은 ‘전면 개량’ 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서울시의 정비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20일 “다음 달부터 23개역 센서 교체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의 스크린도어를 수리할지, 어떤 방식으로 수리할지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부터 정비 사업이 시작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나서 철저한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서울시의 101개역 스크린도어는 여전히 위험에 노출된 상태다.
서울시가 구의역 사고 이후 노사민정 합동으로 꾸린 ‘구의역 사망 재해 시민 대책위원회 진상 조사단’이 7∼8월 지하철 안전 실태를 조사한 뒤 지적한 내용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당시 진상조사단은 5호선 김포공항역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인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진상조사단은 보고서에서 “노후화로 (스크린도어) 교체 시기가 돌아오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추가 인력증원 없이 2008년부터 약 8년간 막대한 스크린도어 설비(2만478곳)의 유지·보수 업무를 병행해 수행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승강장마다 수리 과정과 승객 승·하차 과정을 지켜볼 안전 요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의 경우에도 5호선은 1인 승무 시스템이기 때문에 기관사가 문제가 발생한 곳을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역사마다 안전요원을 둘 경우 1인 승무 시스템의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스크린도어 점검 인력 증원과 안전요원 확보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진상조사단장을 맡았던 권영국 변호사는 “중앙정부의 공공기관 인력 지침이 최대한 인력을 늘리지 말라는 방향이기 때문에 안전 관련 인력이 부족해도 늘리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단은 또 “현재는 (적외선 센서에서) 레이저 센서로 교체가 이뤄지고 있지만 레이저 센서의 안정성 역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며 새로운 센서 개발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레이저 센서 교체도 예산이 빠듯하다’는 입장이다.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는 김포공항역 사고와 관련해 21일 긴급 업무보고를 열고,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시가 그동안 내놓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밝힐 계획이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101개역 스크린도어 정비” 발표하곤 3개월 늑장 대응
입력 2016-10-21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