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3위에 올라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5년 만에 나선 ‘봄 배구’였다. 그러나 현대건설에 2패를 당해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됐다. 박미희 감독은 실망 대신 희망을 봤다. 그 희망 중의 하나가 이재영(20·178㎝)이었다. 2014-2015 시즌 V-리그에 데뷔한 이재영은 매 시즌 진화하며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이번 시즌엔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25·196㎝)와 ‘쌍포’를 이뤄 돌풍을 일으킬 태세다.
왼쪽 공격수 이재영은 20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V-리그 여자부 1라운드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14득점을 올려 러브(29득점)와 함께 팀의 3대 0(25-11 29-27 25-21) 완승을 이끌었다. 지난 16일 치른 KGC인삼공사와의 시즌 개막전에서도 이재영과 러브는 각각 17득점, 23득점으로 맹활약하며 3대 0 승리의 주역이 됐다. 2연승을 질주한 흥국생명은 승점 6점을 얻어 선두로 올라섰다. 현대건설은 서브득점과 블로킹 득점에서 각각 1대 6, 7대 10으로 뒤진 것이 패인이었다.
이재영은 2014-2015 시즌 전체 1순위로 V-리그에 등장해 폭발적인 공격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374득점을 올리며 신인상을 받은 것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 시즌엔 ‘소녀 가장’ 역할도 해야 했다. 흥국생명은 6라운드를 앞두고 발바닥 부상을 당한 외국인 선수 테일러를 퇴출시키고 알렉시스를 데려왔다. 그러나 알렉시스의 포지션이 센터였기 때문에 이재영은 해결사 역할을 해야 했다. 더욱이 상대 팀들은 이재영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중시켰다. 이재영은 힘겨운 상황에서도 지난 시즌엔 498득점을 기록, 득점 부문 7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선수들 중에서 1위였다.
이재영은 이번 시즌 약점이었던 불안한 리시브를 보완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한국 대표팀의 막내였던 이재영은 공격에선 합격점을 받았다. 하지만 리시브가 불안해 서브 타깃이 됐다. 이재영은 한국 대표팀이 8강전에서 탈락한 것이 자기 탓인 것 같아 마음고생을 했다. 리우올림픽이 끝난 뒤 이재영은 리시브를 집중 연마했다. 효과가 있었다. KGC인삼공사전에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35개의 리시브를 받아냈다. 이 중 15개가 세터에게 정확하게 전달됐다. 이재영은 현명하게도 올림픽 경험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이재영은 이번 시즌 목표를 공격성공률과 리시브 50% 넘기는 것으로 정했다. 자신의 방 벽에 목표를 적어 두고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단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제 3년차니까 제 몫만 해 줘도 될 것”이라며 “스스로 주도하는 플레이가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캐나다 출신인 러브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캐나다 국가대표인 러브는 큰 키에서 나오는 공격과 블로킹이 장점이다. 서브가 강하고 수비도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 뛴 경험도 있다. 러브는 라이트 포지션에서 공격을 책임진다.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잘 받아들이고 곧바로 실천으로 옮겨 칭찬을 받고 있다.
박 감독은 “러브가 조금 더 자신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며 “한국 선수들의 잔기술이 좋은 만큼 이에 적응해야 하고, 한국 배구에 익숙해져야 한다. 세터 조송화와 꾸준히 호흡을 맞추다 보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박 감독이 이번 시즌 원하는 것은 보다 안정적인 배구다. 지난 시즌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의 들쭉날쭉한 플레이로 고전했기 때문에 이번 시즌 플레이가 안정되면 충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흥국생명 이재영 “내가 돌풍의 주역”
입력 2016-10-2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