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모(56) 변호사는 ‘딸을 독일에 스포츠유학 보낸 여사장’의 부탁을 받고 더블루케이 한국법인에서 임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고 20일 밝혔다. 이 여사장은 “유럽에 자녀를 유학시키려는 부모들을 위한 것”이라며 “내 경험을 바탕으로 스포츠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회사를 독일에 만들도록 도와 달라”고 최 변호사에게 의뢰했다. 최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여사장을 만났기 때문에 최 변호사는 그가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였다는 것을 최근 언론보도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 3월 14일 더블루케이 한국법인 법무이사로 취임해 2주 만인 같은 달 29일 대표이사가 돌연 사임하자 대표이사 자리에 앉게 됐다.
최 변호사는 K스포츠재단의 기업 모금과 관련된 비리 의혹, 최순실씨 딸 정유라(20)씨 지원 의혹 등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자금 지원은커녕 매월 2000만원 내외의 적자를 봤다고 강조했다. 수입 없이 적자만 누적되자 “문을 닫는 게 낫겠다”는 의견까지 피력했고, 지난 7월 결국 사임했다. 아직 정식 등기는 이뤄지지 않았다.
더블루케이는 공익법인인 K스포츠재단의 자금이 최순실씨 측으로 흘러가는 통로로 쓰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최 변호사 말대로라면 법적 대표이사도 모르는 ‘라인’을 통해 외부자금 입출금이 이뤄졌거나, 더블루케이를 통한 ‘돈의 이동’이 아직 실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K스포츠재단이 더블루케이 독일법인과 직접 거래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4개월 남짓 대표이사를 지낸 최 변호사는 “계약 등 업무가 있을 때만 회사에 들러 잘 모른다”고 했다. ‘잘 모른다’고 답한 것 중 하나는 최씨 측근으로 지목된 고영태(40)씨 부분이다. 최 변호사는 사내이사였던 고씨에 대해 “작은 회사인데도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언급했다. 최씨가 최 변호사에게 “(고씨의) 업무감독을 하라”고 말했지만, 스포츠 분야를 잘 몰라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고씨는 ‘고민우’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했다. 한독상공회의소는 지난 4월 말 기존 회원들에게 더블루케이를 신입회원으로 소개하며 최 변호사를 대표로, ‘고민우’를 상무이사로 알렸다. 최 변호사는 고씨가 더블루케이에 앞서 유사한 목적의 광고·스포츠마케팅 회사 ‘코어플랜’을 운영했다는 사실(국민일보 10월 20일자 1면 보도)에 대해 몰랐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고씨가 왜 다른 이름으로 활동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해외에 체류 중인 그는 “독일 회사(더블루케이 독일법인)로 재단(K스포츠)에서 자금이 갔는지 궁금하다”며 “재단의 자금 유용 여부는 계좌 추적으로 확실히 밝혀질 것”이라고도 했다.
황인호 이경원 기자 inhovator@kmib.co.kr
[단독] ‘더블루케이’에 자금유입 없었다는데… 돈 이동 라인은?
입력 2016-10-21 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