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애타게 만들 것”… 선거불복 여지 남긴 트럼프

입력 2016-10-21 04:04
미국 대선의 마지막 관문인 3차 TV토론이 19일(현지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주립대에서 열렸다. 악수도 없이 시작된 90분간의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왼쪽)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이민자 추방 정책을 비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트럼프는 클린턴의 총기 규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AP뉴시스

미 대선의 향배를 가를 마지막 TV토론은 격렬하고 치열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마지막까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받았다.

네바다주립대에서 19일(현지시간) 열린 3차 TV토론의 주제는 동맹, 자유무역, 연방대법원 구성, 총기소지, 낙태, 이민정책 등 굵직한 이슈였지만 두 후보는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서로 상대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는 설전만 난무했다.

트럼프는 특히 불복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패배 시 결과를 수용하겠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때 가서 말하겠다”며 “애간장을 태우도록 내버려둘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클린턴은 “끔찍한 일”이라며 반발했다.

“동맹 찢기 바라나” vs “동맹에 착취당해”

트럼프는 “미국은 다른 나라에 착취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독일 한국을 방어할 형편이 안 되므로 우리는 (방위비 분담 인상을) 재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은 “미국은 각국과 동맹을 맺으며 평화를 유지했다”고 반박한 뒤 “트럼프는 동맹체제를 찢어버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대법관, 모든 미국인 대변” vs “보수주의자”

클린턴은 여성과 성소수자를 위하고 모든 국민의 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 연방대법관 후보가 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명한 중도 성향의 메릭 갈랜드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상원이 조속히 인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는 “보수주의자가 연방대법관이 돼야 한다”고 말해 대법관 후보를 교체할 방침을 시사했다. 그는 낙태를 반대하고 총기소유권을 수호할 사람이 대법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기소지 규제” vs “NRA 지지에 자부심”

클린턴은 총기사고를 줄이기 위해 총기 구매를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러감시 대상자 명단에 올랐거나 총기범죄 전력자가 총을 살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총기 규제가 총기소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총기소지를 헌법적 권리로 인정하는 수정헌법 2조를 수호해야 한다고 역설하며 총기 규제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전미총기협회(NRA)의 지지를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낙태, 여성 자기결정권” vs “나는 반대론자”

클린턴은 “낙태 반대는 여성에 가해지는 형벌”이라고 말하며 낙태를 옹호했다. 클린턴은 “(낙태 시술을 지원하는) 미국가족계획연맹을 지키고 여성이 보건 문제에서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나는 낙태 반대론자”라고 강조하며 “클린턴 말대로라면 임신 9개월 된 태아도 떼어낼 수 있다는 뜻”이라고 몰아붙였다. 트럼프는 그러나 정작 낙태금지 여부에는 “주 정부가 정하도록 하겠다”며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가족 갈라놓을 수 없다” vs “장벽 세우겠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주장하는 불법 이민자 강제 추방은 가족을 강제로 갈라놓는 것이라며 “미국이 국가로서 해야 할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런 활동에 들어갈 역량을 범죄 예방과 같은 다른 곳에 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강력한 국경이 필요하다”며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클린턴, 최고의 토론… 트럼프는 최악”

TV토론 직후 CNN 여론조사에서는 52%가 클린턴을 승자로 지목했다. 트럼프를 승자로 꼽은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워싱턴포스트(WP)도 클린턴이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WP는 클린턴이 세 차례 TV토론 중 가장 잘했다고 호평했다. 선거 판세가 클린턴에게 유리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그럭저럭 해도 괜찮았지만 날카로운 답변과 차분한 태도가 돋보였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반면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최악의 발언으로 토론을 망쳤다고 혹평했다. WP는 “트럼프가 초반 30분까지는 선방했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급한 성미를 참지 못하고 냉소적 반응을 보이거나 경박스럽게 말 끼어들기를 시도했다”면서 “지지율을 만회할 마지막 기회를 날렸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