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배치 맞먹는 억제력… 北도발에 브레이크
입력 2016-10-21 04:00
한·미 양국이 20일(현지시간) 제48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상시 순환배치키로 한 것은 한반도 안보 상황이 위중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하거나 미사일 시험발사를 할 경우 미국 전략자산들이 짧게는 수 시간, 길게는 며칠간 한반도에 전개됐다. 일종의 무력시위였다. 그럼에도 북한은 올 들어 두 차례 핵실험을 하고 중거리 미사일 ‘무수단’을 여덟 차례나 발사하는 등 도발을 멈추지 않자 보다 확고한 방어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더 현실화할 개연성이 커졌다는 점도 전략무기 상시 순환배치 필요성을 높였다. 북한은 5차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의 규격화’에 도달했다고 주장해 실제 핵탄두 사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 시험발사와 ‘백두산 계열’ 신형 대용량 장거리 미사일 엔진 개발 등 핵·미사일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단계를 빠르게 밟아가고 있다. 따라서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사용 움직임에 즉각 제동을 걸 수 있는 전략자산의 상시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가공할 만한 전력을 지닌 전략자산들이 즉각 출격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북한에는 상당한 압박이 된다.
한국에서 일고 있는 ‘독자적인 핵무장론’과 ‘전술핵 배치’ 주장을 고려한 측면도 있다. 고도의 정밀타격 능력을 지닌 미국 전략무기들이 배치되면 핵무기 못지않은 억제력을 구비할 수 있게 된다. 군 관계자는 “미국 전략무기들은 핵무기 못지않은 파괴력과 정밀도를 지니고 있다”며 “전략핵 보유가 북핵 대응에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면 전략무기는 실질적인 대응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전략자산들을 상시 순환배치해 1년 내내 한반도를 방어하게 할 계획이다.
한반도에 순환배치될 전력은 수차례 한반도에 전개됐던 전략폭격기 B-1B 랜서와 B-2, 스텔스 전투기 F-22 랩터 등과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SM-3가 장착된 이지스함, 무제한 수중 작전이 가능한 핵잠수함 등이 거론된다.
지난달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나흘간 한국에 머물렀던 B-1B는 한반도 어디에서든 북한 전역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으며 한두 대만 출격해도 평양 전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F-22는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배치될 경우 7∼10분이면 평양에 도달할 수 있다. 북한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순식간에 ‘선제타격’이 가능한 전력이다.
특히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대응해 핵추진 잠수함이 동해에 순환배치될 가능성이 높다. 한·미 양국은 북한이 SLBM을 적어도 3발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신형 잠수함 건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 잠수함 동향을 세밀히 감시하고 정밀타격이 가능한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이 주기적으로 한반도에 들어올 수 있다.
한·미 해군 연합 대응능력도 강화키로 했다. 이를 위해 북한 SLBM에 대응한 해상기반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해상탄도탄요격훈련이 집중적으로 실시된다.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과 한국 디젤 잠수함의 역할 분담식 대잠 작전도 수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최첨단 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미 해군수상전센터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번 SCM에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은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일 3국 협력도 강화될 전망이다. 한·미는 올해 처음 실시된 한·미·일 해군의 미사일 조기경보훈련을 정례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서를 이유로 지연돼온 ‘한·일 정보교류협정(GSOMIA)’ 논의가 진전될 가능성도 커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