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패산터널 총격범, 경제적 궁핍이 사회 적개심으로

입력 2016-10-21 04:58
이철성 경찰청장이 20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장례식장에서 총격범이 쏜 사제 총에 맞아 순직한 고(故) 김창호 경감의 영정사진을 향해 경례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지난 19일 사제 총을 발사해 김창호(54) 경감을 숨지게 한 피의자 성병대(46)씨가 경제적으로 매우 궁핍한 처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적 무력감’이 공권력과 이웃을 향한 ‘적개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성씨의 정신 병력도 확인하고 있다.

20일 서울 강북구청과 번1동 주민센터 등에 따르면 성씨는 지난 6∼8월 125만5200원의 ‘긴급생계비’를 지원받았다. 지난 6월 처음으로 긴급생계비를 신청할 당시 성씨는 1년 동안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원은 최대 3개월이고, 성씨는 지난달부터 다시 생활고에 시달렸다.

성씨가 19일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이모(67)씨를 망치와 총으로 공격한 배경에도 경제적 이유가 있었다. 성씨는 2014년 2월 번동의 단칸방으로 이사 왔다가 지난 15일 수유동으로 옮겨갔다. 성씨가 2년8개월 정도 지낸 이 집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 수준이다. 성씨는 최근 4개월 정도 월세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성씨의 휴대전화도 착신 정지됐다. 더 싼 방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성씨와 이씨가 다툰 것으로 보인다. 이웃 이모(66)씨는 “지난 15일 성씨가 이씨의 부동산 앞에서 ‘나를 무시한다. 잡아 두드려야지’라고 말하며 지나갔다”고 전했다.

경찰은 특수강간 등 전과 7범인 성씨를 우범자 가운데 가장 강도가 높은 ‘중점관리 대상자’로 관리해 오다 지난 7월 강도가 가장 낮은 ‘자료보관 대상자’로 등급 조정했다. 경찰은 “법무부에서 전자발찌 착용자인 성씨를 관리하기 때문에 중복 관리를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력한 우범자의 관리 등급을 하향 조정한 이유로는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성씨에게 살인 등의 혐의를 적용해 2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글=김판 오주환 기자 pan@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