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마지막 TV토론이 19일(현지시간) 종료된 상황에서 판세는 이미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쪽으로 완연히 기울었다고 언론이 잇따라 전망했다.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270명의 지지를 받으면 승리하지만 클린턴은 이미 300명 넘게 확보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CNN방송은 지난 10∼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이 선거인단 307명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179명이었다. 지난달 11∼24일 조사에서는 클린턴과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각각 272명, 196명이었다.
급격하게 판세가 기운 것은 트럼프 우세지역이었던 애리조나(선거인단 11명)가 격전지로 바뀐 탓이다. 보수적인 모르몬교 신자가 많아 트럼프 승리가 확실했던 유타(6명)도 격전지로 변했다. 반면 격전지였던 플로리다(29명)와 네바다는 클린턴 우세지역이 됐다.
이는 트럼프의 잇따른 성추행 추문 탓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눈에 띄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중립성향 유권자가 클린턴 지지로 바뀌었다. 유타주에서 보듯 일부 공화당 지지자마저 트럼프에 등을 돌렸다.
워싱턴포스트(WP)가 경합주로 분류되는 15개 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선거인단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클린턴은 304명을 확보한 반면 트럼프는 138명을 얻는 데 그쳤다. WP의 지난달 조사에서 선거인단은 클린턴 244명, 트럼프 126명이었다.
WP는 선거인단이 비교적 많은 텍사스(38명), 플로리다(29명), 오하이오(18명), 애리조나(11명)를 ‘박빙 승부처’로 분류해 선거인단을 배분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 4곳을 다 차지해 96명을 보태더라도 여전히 234명에 그쳐 역전은 어렵다.
때문에 역전의 방법은 트럼프가 주요 경합지를 다 휩쓸고, 클린턴이 약간 우세한 조지아(16명), 위스콘신(10명), 펜실베이니아(20명), 노스캐롤라이나(15명)까지 확보하는 것이다. 클린턴은 이들 지역에서 트럼프보다 4∼6% 포인트 앞서 있다.
트럼프가 기적적인 역전을 이루려면 자력으로는 쉽지 않다. 클린턴에게 악재가 터져야 한다는 의미다. 건강 문제가 다시 불거지거나 불리한 이메일을 계속 공개한 위키리크스가 결정적인 한방을 터뜨려야 한다. 또 선거운동 기간 국내외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아졌던 점을 감안하면 대형 테러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투표율이 판세를 뒤집는 마지막 변수가 될 수 있다. 트럼프 지지자는 비교적 강성이어서 투표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클린턴은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은 젊은층과 흑인 유권자로부터 지지를 받아 투표율이 낮아지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트럼프가 부정선거 논란을 가열시키며 투표소 감시에 지지자를 대거 동원키로 해 대선 당일 투표 차질이 빚어지거나 소수인종의 기권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2016 미국의 선택] 美 언론들, 힐러리 압승 예측… 투표율이 막판 변수
입력 2016-10-2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