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국의 선택] 막말 내뱉고 상대 비하 ‘무례한 토론’

입력 2016-10-20 18:03 수정 2016-10-20 21:22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오른쪽) 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3차 TV 토론이 열린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 대학교 토론장에 냉랭한 표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형식적인 인사조차 생략된 예의 없는 토론이었다. 19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 대학에서 열린 3차 TV토론에서도 지난 1, 2차 토론만큼 강력한 ‘막말 포탄’과 비하전이 이어졌다. 두 사람은 90분간 뜨거운 난타전을 벌이고 난 뒤에도 마지막 인사는 물론 눈길조차 나누지 않고 냉랭하게 토론장을 떠났다.

이로써 3차까지 이어진 TV토론은 막을 내렸지만 유권자들은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빛바랜 정치 쇼에 염증을 느꼈다. AP통신은 “떠들썩한 토론이 모두 끝났지만 무당파 유권자들은 여전히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위스콘신 출신 데이먼 홀터는 “같은 레토릭이 다시 반복됐다”며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마치 어린애들 같았다”고 말했다. 선거까지는 단 20일 남았다.

깔끔한 흰색 정장을 입은 클린턴과 공화당 상징색인 붉은 넥타이를 맨 트럼프는 토론장에 들어선 뒤 워밍업 없이 곧바로 열띤 토론에 들어갔다. 초반엔 양당의 정책이 명확히 갈리는 낙태, 총기 사용, 연방대법관 인선이 거론됐고 진지한 대화가 오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민 문제와 대통령 자질을 묻자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클린턴은 핵무장 이야기를 하다가 트럼프를 “역사상 가장 위험한 후보”라고 불렀고, 트럼프는 클린턴이 자신의 세금 공약을 비판하자 화를 내며 “추잡한 여자(such a nasty woman)”라고 막말을 내뱉었다. 선거 결과에 불복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트럼프에게 클린턴은 “소름끼친다(horrifying)”고 맞섰다.

토론을 진행한 폭스뉴스 앵커 크리스 월러스는 역대 토론 진행자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주간지 포천은 토론 후 “여론이 3차 TV토론의 진정한 승자로 월러스를 지목했다”고 전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무난한 진행 속에 무게감 있는 질문을 던졌고, 분명한 대답을 이끌었다는 이유에서다.

방청석에는 트럼프를 공개 지지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복형 말리크 오바마가 참석했다. 프로농구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이자 영화 프로듀서인 마크 큐반, 휴렛팩커드 CEO 매그 위트맨 등 클린턴 측 손님도 자리했다.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과 딸 첼시 클린턴 부부, 트럼프의 아내 멜라니아 트럼프와 딸 이방카 트럼프도 현장에서 토론을 지켜봤지만 지난 토론 때와 달리 악수나 인사말을 나누지 않았다.

토론에 앞서 트럼프 소유인 ‘트럼프 인터내셔널 라스베이거스 호텔’ 앞에선 멕시코 음식 타코를 파는 트럭 운전자들이 “덤프 트럼프(Dump Trump·트럼프를 버리자)”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아 이민자 유입을 막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을 비꼬는 퍼포먼스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