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해진 의장이 물러난다. 글로벌 시장 공략에 힘을 쏟겠다는 이유다. 네이버는 창업자인 이 의장이 내년 3월 의장직을 내려놓고 서비스 개발과 글로벌 시장 공략 등의 비전 제시에 시간을 쏟을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이 의장은 네이버 등기이사와 라인 회장 자리는 그대로 유지한다. 1999년 네이버를 설립한 이 의장은 2004년 이후 의장을 맡아 왔다.
네이버는 “이 의장은 다음 목표인 유럽과 북미 시장 개척에 더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쏟기 위해 의장직을 내려놓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2009년 4월부터 네이버를 이끈 김상헌 대표도 내년 3월 이 의장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난다. 변호사로 지난 7년간 네이버를 이끌어온 김 대표는 네이버를 안정시키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한게임 분할, 라인 상장 등 회사의 굵직한 이슈를 무리 없이 처리했다.
후임에는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 총괄 부사장이 내정됐다. 숙명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한 부사장은 IT 잡지 기자, 엠파스 검색사업 본부장 등을 지낸 뒤 2007년 네이버에 합류했다. 네이버에서 서비스 개발을 진두지휘한 한 부사장은 모바일 서비스 및 ‘브이 라이브’ 등 글로벌 서비스 안착에 기여했다.
한 부사장은 서비스의 세밀한 부분까지 살피는 섬세함과 시장의 흐름을 빨리 읽어내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 부사장은 네이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여성이 CEO 자리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장과 대표이사를 동시에 교체하는 것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다.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에 안주하다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서비스 전문가인 한 부사장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이 의장 퇴진과 한 부사장 대표이사 선임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 의장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퇴임 5개월을 앞두고 미리 CEO 교체를 발표한 것도 국내 산업계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갑작스러운 CEO 교체에 따른 혼선을 줄이고 변화를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네이버 리더십 교체
입력 2016-10-20 18:20 수정 2016-10-21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