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계속 투하되는 ‘낙하산 부대’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한국증권금융은 21일 정효경 부사장 후임으로 금융감독원 양현근 부원장보를 선임할 계획이다. 증권금융은 앞서 지난 8월 조인근 전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을 상근감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정지원 증권금융 사장도 금융위 상임위원 출신이다. 노조가 반발 성명을 냈고 지난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질타가 쏟아졌지만 관행은 바뀌지 않고 있다. 증권금융은 공기업은 아니지만 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금융위 통제를 받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정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캠프에 참여했으며, ‘청와대 핫라인’으로 불린다.
민간 금융협회에도 예외는 아니다. 은행연합회는 20일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를 거친 홍재문 한국자금중개 부사장을 전무이사로 임명했다. 생명보험협회도 지난 8월 송재근 전 금융위 과장을 전무로 임명했다.
학계와 금융업계는 한국금융 경쟁력이 우간다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로 고질적인 관치금융을 꼽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낙하산 인사다. 2013년부터 지난 7월까지 금융 유관기관 등에 재취업한 금융위 출신 공직자는 모두 29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공무원 출신들의 공공연한 밥그릇 챙기기라는 눈총이 따갑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9개 금융공공기관장 간담회에서 금융권의 조속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촉구했다. 임 위원장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성과평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낙하산 논란이 불거진 거래소, 증권금융은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돼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이런 자리에 금융 당국 출신들이 잇따라 내려가 고액 연봉을 받는 상황에서 ‘공정하게 평가받는 성과연봉제’ 추진이 얼마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융위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는 금융개혁에 낙하산 관행 개혁은 포함돼 있지 않은 모양이다. 나성원 경제부 기자 naa@kmib.co.kr
[현장기자-나성원] ‘낙하산’ 보내며 공정한 성과연봉제 하라?
입력 2016-10-21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