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여성들이 19일(현지시간) 역사상 첫 총파업을 선언했다. 1시간 동안 업무와 학업을 중단하며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을 멈추라고 호소했다. 파업이 끝나고 시위대 수천명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검은 옷을 입고 희생자를 애도해 ‘검은 수요일’로 불렸다.
파업과 가두시위는 16세 소녀 루시아 페레스가 이달 초 해안도시 마르 델 플라타에서 강제 마약 투약과 성폭행을 당하고 피살된 사건으로 촉발됐다고 아르헨티나 언론 부에노스아이레스 헤럴드가 보도했다.
용의자 3명은 체포됐으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담당 검사는 “지금껏 수천건의 사건을 맡았지만 이런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범죄의 잔혹성을 꼬집었다. 페레스의 오빠는 “이번엔 페레스였지만 다음엔 당신이나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벌어질 수 있다”며 관심과 연대를 호소하는 서한을 시민들에게 보냈다.
아르헨티나는 젠더폭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성단체 라 카사 델 엔쿠엔트로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는 가정폭력으로 30시간마다 여성 1명이 숨진다. 페루 볼리비아 칠레에서도 ‘검은 수요일’에 젠더폭력을 규탄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온라인에서는 ‘니우나메노스(#NiUnaMenos·더 이상 아무도 안 된다)’라는 해시태그를 단 지지글이 이어지고 있다.
권준협 기자 gaon@kmib.co.kr
[월드 화제] “다음 피해자는 당신일 수 있다” 아르헨티나 여성들 ‘검은 수요일’ 파업
입력 2016-10-20 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