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생태계 시대’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해 냈습니다.”
자웨팅 러에코(LeEco)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진출 출사표를 던진 자리에서 제품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했다.
‘중국의 넷플릭스’로 알려진 러에코는 이날 스마트폰, TV, 스마트 자전거, 가상현실(VR)기기, 자율주행자동차 등을 대거 공개하며 미국 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지금까지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미국 시장을 두드렸다. 하지만 제품을 뒷받침할 콘텐츠와 시스템이 부족하다 보니 큰 반향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러에코는 제품보다 생태계에 방점을 찍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러에코는 모든 자사 제품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함께 구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심에는 ‘생태계 사용자 인터페이스(Ecosystem User Interface·EUI)’라는 러에코의 독자적인 사용자경험이 있다. 러에코가 출시한 모든 제품에는 EUI가 탑재된다.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상을 연결해서 TV나 자율주행차에서 볼 수 있고, 스마트 자전거에서 받은 알림을 스마트폰 등에서 확인할 수도 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러에코는 MGM, 라이온스게이트 등 대형 제작사와 파트너 계약을 맺었고, 9월에는 러비전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영어권 콘텐츠 제작에도 나섰다. 러에코는 콘텐츠 생태계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스마트폰과 TV 등의 점유율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날 공개한 스마트폰 ‘러프로3’는 퀄컴 스냅드래곤821을 탑재하는 등 구글이 최근 선보인 픽셀과 비슷한 사양을 갖췄다. 하지만 가격은 399달러로 절반 수준이다. 러에코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 2500만대로 예상된다. 연간 성장률이 500%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85인치 크기의 TV ‘u맥스85’는 HDR, 돌비비전, 하만카돈 오디오 등 고화질, 고음질 옵션을 탑재하고도 가격이 4999달러에 불과하다.
러에코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된 스마트 자전거 ‘슈퍼 바이크’, 러프로3와 연동하는 VR기기 ‘익스플로러VR’, 자율주행 전기차 ‘러씨(LeSEE)’ 등의 시제품도 선보였다.
2004년 설립된 러에코는 중국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다. 월간 사용자가 7300만명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TV 등 다양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창업자인 자웨팅은 중국 부자 순위 17위의 거부다. 1973년생인 그는 중국 산시성의 한 탄광촌에서 자란 가난한 청년이었다. 대학 졸업 후 산시성 세무국에서 기술직으로 일하던 그는 기술에 흥미를 느껴 여러 기업을 창업했고 그중에 하나가 러에코의 전신인 러쓰다. 가난을 딛고 굴지의 기업을 키워냈고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한다는 점에서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를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웨팅은 전기차업체 패러데이 퓨처스의 주요 투자자이기도 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생태계 새 모델 창조”… ‘중국판 넷플릭스’ 러에코 美 공략
입력 2016-10-21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