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Moon이 뜰 수는 없다… 김경문 vs 양상문

입력 2016-10-21 00:00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 선수·감독들이 20일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열린 경남 창원 마산종합운동장 올림픽기념공연장에서 선전을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LG 유강남 이동현 양상문 감독, NC 김경문 감독 이종욱 김태군. 뉴시스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는 ‘달의 전쟁’으로 불린다. 양 팀 수장인 NC 김경문 감독과 LG 양상문 감독 이름의 마지막 한 자를 영어 단어 문(moon)으로 바꾼 것이다.

중학생 까까머리 시절부터 이어진 40년 우정을 뒤로 하고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일전을 벼르고 있다.

두 감독은 부산 동성중 출신이다. 김 감독이 양 감독의 한 해 선배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이 포수, 양 감독이 투수였기에 두 사람은 배터리로 자주 만나 교감을 나눴다. 특히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김 감독은 후배 양 감독을 살뜰히 챙겼다. 양 감독은 “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꼈는데 수돗가에 안경을 놓고 오면 경문이 형이 항상 챙겨주셨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중학교 졸업 후 잠시 떨어졌다. 김 감독이 공주고로 갔고, 양 감독은 부산고에 진학했다. 그래도 우정은 변치 않았다. 공주고에 먼저 입학한 김 감독이 양 감독에게 공주에 오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잠시 헤어졌지만 그 시절 서로의 안부를 묻는 편지까지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고려대)에서 둘은 다시 만났다. 1978년과 1979년 대학야구연맹전 2연패를 이루는 등 두 감독은 고려대 전성기를 열었다. 프로에서도 두 감독은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양 감독은 “OB에 먼저 입단한 뒤에는 따로 고기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한 팀에서도 의기투합해 야구를 했다. 1990년 김성근 감독이 있던 태평양 돌핀스에서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지도자로서도 두 감독의 우정은 두터웠다. 같은 팀에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투지를 불태울뻔 한 적도 있었다. 실제 2003년 말 양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 신임감독에 선임됐을 때였다. 양 감독은 형이지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석코치로 김 감독을 원했다. 김 감독도 이를 받아들이고 부산행 열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두산이 김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무산됐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우정으로 살아온 두 사람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중년이 됐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이런 오랜 교감으로 두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무척 닮았다. 신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것도 비슷하다. 리빌딩에도 능하다. 실제 김 감독은 두산에 이어 NC에서도 화수분 야구를 실천하고 있다. 신생팀 NC를 단기간에 강팀으로 올려 놓았다. 양 감독도 만년 하위팀 LG를 3년 동안 2번이나 가을무대로 올려놓았다.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킨 세대교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중이다. 김 감독은 “양 감독이 팀을 잘 이끌고 있다. 단호한 결단으로 LG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후배를 칭찬했다. 양 감독은 “김 감독이 항상 이렇게 팀을 이끌었다”고 화답했다.

다만 남다른 우정을 다져왔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두 사람은 이미 한 차례 포스트시즌에서 일전을 벌인 적이 있다. 2년 전 준플레이오프에선 후배 양 감독이 형을 이겼다.

양 감독은 당시 “같은 운동장을 쓰고 같이 고생하다 같이 성공해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그런 형과 맞붙게 돼 기뻤다”면서도 “서로 무너뜨려야하는 현실이 다소 냉혹한 것 같기도 하다”고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다시 올해 한국시리즈행을 놓고 일전을 벌이게 됐다. 20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두 감독은 우정은 잠시 벗어두고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김 감독은 “2년이 흘렀고 오늘 LG를 다시 만나게 됐는데 꼭 한 번 설욕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양 감독은 “이기고 싶은 열망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팬들이 야구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는 21일부터 마산구장에서 열린다. 1차전 선발은 에릭 해커(NC)와 헨리 소사(LG)가 예고됐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