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는 ‘달의 전쟁’으로 불린다. 양 팀 수장인 NC 김경문 감독과 LG 양상문 감독 이름의 마지막 한 자를 영어 단어 문(moon)으로 바꾼 것이다.
중학생 까까머리 시절부터 이어진 40년 우정을 뒤로 하고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나 일전을 벼르고 있다.
두 감독은 부산 동성중 출신이다. 김 감독이 양 감독의 한 해 선배다. 공교롭게도 김 감독이 포수, 양 감독이 투수였기에 두 사람은 배터리로 자주 만나 교감을 나눴다. 특히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김 감독은 후배 양 감독을 살뜰히 챙겼다. 양 감독은 “중학교 때부터 안경을 꼈는데 수돗가에 안경을 놓고 오면 경문이 형이 항상 챙겨주셨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중학교 졸업 후 잠시 떨어졌다. 김 감독이 공주고로 갔고, 양 감독은 부산고에 진학했다. 그래도 우정은 변치 않았다. 공주고에 먼저 입학한 김 감독이 양 감독에게 공주에 오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잠시 헤어졌지만 그 시절 서로의 안부를 묻는 편지까지 주고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대학(고려대)에서 둘은 다시 만났다. 1978년과 1979년 대학야구연맹전 2연패를 이루는 등 두 감독은 고려대 전성기를 열었다. 프로에서도 두 감독은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양 감독은 “OB에 먼저 입단한 뒤에는 따로 고기도 사주고, 옷도 사주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한 팀에서도 의기투합해 야구를 했다. 1990년 김성근 감독이 있던 태평양 돌핀스에서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지도자로서도 두 감독의 우정은 두터웠다. 같은 팀에서 우승이라는 목표를 향해 투지를 불태울뻔 한 적도 있었다. 실제 2003년 말 양 감독이 롯데 자이언츠 신임감독에 선임됐을 때였다. 양 감독은 형이지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석코치로 김 감독을 원했다. 김 감독도 이를 받아들이고 부산행 열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두산이 김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하며 무산됐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우정으로 살아온 두 사람은 이제 백발이 성성한 중년이 됐다. 이제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이런 오랜 교감으로 두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무척 닮았다. 신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추진력으로 유명하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는 것도 비슷하다. 리빌딩에도 능하다. 실제 김 감독은 두산에 이어 NC에서도 화수분 야구를 실천하고 있다. 신생팀 NC를 단기간에 강팀으로 올려 놓았다. 양 감독도 만년 하위팀 LG를 3년 동안 2번이나 가을무대로 올려놓았다.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킨 세대교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중이다. 김 감독은 “양 감독이 팀을 잘 이끌고 있다. 단호한 결단으로 LG가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다”고 후배를 칭찬했다. 양 감독은 “김 감독이 항상 이렇게 팀을 이끌었다”고 화답했다.
다만 남다른 우정을 다져왔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두 사람은 이미 한 차례 포스트시즌에서 일전을 벌인 적이 있다. 2년 전 준플레이오프에선 후배 양 감독이 형을 이겼다.
양 감독은 당시 “같은 운동장을 쓰고 같이 고생하다 같이 성공해 그라운드에서 만났다. 그런 형과 맞붙게 돼 기뻤다”면서도 “서로 무너뜨려야하는 현실이 다소 냉혹한 것 같기도 하다”고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다시 올해 한국시리즈행을 놓고 일전을 벌이게 됐다. 20일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두 감독은 우정은 잠시 벗어두고 치열한 승부를 예고했다.
김 감독은 “2년이 흘렀고 오늘 LG를 다시 만나게 됐는데 꼭 한 번 설욕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양 감독은 “이기고 싶은 열망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야구팬들이 야구를 더 사랑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는 21일부터 마산구장에서 열린다. 1차전 선발은 에릭 해커(NC)와 헨리 소사(LG)가 예고됐다.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두 개의 Moon이 뜰 수는 없다… 김경문 vs 양상문
입력 2016-10-21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