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문학상 수상자인 케냐 작가 응구기 와 시응오 “노벨문학상 낙방? 후보 거론에 늘 마음이 벅차”

입력 2016-10-20 20:46 수정 2016-10-21 00:36

“하하하. (노벨 문학상) 후보에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관심 가져주니 이맘때면 늘 마음이 벅차지요.”

‘검은 저항의 작가’로 불리는 케냐 출신 망명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78·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토지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상금 1억원의 2016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22일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벨 문학상 낙방 소감’ 질문이 먼저 나오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의 팝 가수 밥 딜런이 의외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데 대해서는 “문학의 외연을 확장시킨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박경리 소설가의 사위 김지하 시인이 제 문학 인생에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1977년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케냐 정부의 신식민주의 문제를 파헤친 역작 ‘피의 꽃잎들’을 발표한 뒤 투옥됐다. 이후 감옥에서 집권층의 타락을 풍자한 ‘십자가 위의 악마’를 집필했다. 김지하의 ‘오적’에 영감을 얻어 쓴 이 작품은 영어가 아닌 케냐 토착어인 기쿠유어로 쓴 최초의 현대소설이다.

그는 “일본에서 열린 학회에 갔다가 오적을 알게 됐고 큰 감동을 받았었다”며 “종이가 없어 화장실 휴지에 그 소설을 썼다”고 했다.

이어 “김지하 시인 역시 감옥에 갇힌 바 있고, 작품이 민중을 향한 외침이라는 점에서 저희 흡사해 이 상이 특히 의미 깊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접 영어로 번역한 ‘십자가 위의 악마’를 홍보하기 위해 1982년 영국으로 갔다가 암살 위협을 느끼고 귀국하지 못했다. 후에 미국으로 건너가 여러 곳에서 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캘리포니아주립대(어바인 캠퍼스)에 재직 중이다. ‘울지 마, 아이야’(1964) ‘한 톨의 밀알’(1967) ‘피의 꽃잎들’(1977) 등 탈식민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주요 작품을 남겼다.

글=손영옥 선임기자, 사진=구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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