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권순태·최철순 “어게인 2006”

입력 2016-10-20 18:28

권순태(32)와 최철순(29)과 2006년 함께 전북 현대에 입단했다. 그저 그런 K리그 팀이었던 전북 현대는 그해 말도 안 되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제패해 버렸다. 평생 한 번 달기 힘든 ‘ACL의 별’을 입단 첫해에 달았으니 둘은 엄청난 행운을 잡은 셈이었다. 하지만 이후 둘은 ACL 우승컵과 다시 인연을 맺지 못했다. 둘의 가장 큰 소원은 ACL 정상 복귀다.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전북의 두 ‘원클럽맨’은 ‘어게인 2006’을 외치고 있다.

전북은 FC 서울과의 2016 ACL 4강 1, 2차전에서 5대 3으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상대는 한국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이명주가 뛰고 있는 알 아인(아랍에미리트)이다. 알 아인은 2003년에 우승, 2005년에 준우승을 차지한 중동 강호다. 전북은 다음달 19일 홈에서 결승 1차전을, 26일 원정에서 결승 2차전을 치른다.

현재 전북에서 2006 ACL 우승을 경험한 선수는 권순태와 최철순밖에 없다. 골키퍼 권순태는 2006년 전북의 ACL 우승 주역이다. 당시 전북은 이천수와 최성국, 마차도 등을 앞세운 디펜딩 챔피언 울산 현대를 상대로 준결승전 홈 1차전에서 2대 3으로 패했지만 원정 2차전에서 4대 1 대승을 거뒀다. 전북은 권순태의 맹활약 덕분에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권순태는 알 카라마(시리아)와의 결승 1, 2차전에서 놀라운 선방쇼를 펼치며 합계 3대 2 승리를 이끌었다.

권순태는 2011년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전북은 전주에서 열린 알 사드(카타르)와의 ACL 단판 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2대 2 동점을 만들었지만 승부차기에서 패해 우승을 놓쳤다. 권순태는 “당시 군 복문 중이어서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불같은 투지가 트레이드마크인 수비수 최철순은 2006년 ACL 우승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챔피언십에 출전하면서 알 카라마와의 결승전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최철순은 2011년 알 사드전에선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연장 막판에는 측면 돌파로 알리 아피프의 경고누적 퇴장을 유도해 내기도 했다. 그러나 승부차기에서 패한 뒤 “너무 분해 눈물도 나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철순은 2016 ACL 서울과의 4강 1차전에서 서울의 아드리아노를 무득점으로 꽁꽁 묶었다. 하지만 경고 누적으로 2차전엔 출전하지 못했다. 결국 전북은 2차전에서 아드리아노에게 골을 허용했고, 1대 2로 패했다. 최철순은 패배가 자신 탓인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최철순은 알 아인과의 결승전에선 5년 전의 아픔을 씻겠다고 벼르고 있다.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