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자락 아래로 굽이굽이 흘러가는 검은 물결. 마치 용의 꿈틀거림이 끝없이 계속되는 형상을 보는 듯해 붙여진 ‘흑룡만리’ 제주 밭담이 이색 축제의 장으로 거듭난다.
제주도는 ‘천년의 밭담, 제주의 삶을 담다’를 주제로 22∼23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소재 밭담 테마공원에서 ‘제주밭담 축제’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축제는 제주밭담이 2013년 국가중요 농업유산으로 지정되고,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함에 따라 이를 알리고 그 가치를 공유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화산섬 제주는 태생적으로 돌이 많은 지형적 특성을 갖고 있어 농사를 지으려면 돌을 골라낼 수밖에 없었다. 제주인들은 토양에서 골라낸 돌을 일정공간에 쌓기 시작했다. 표토층이 가볍기 때문에 비바람에 돌이 드러나는 대로 계속 치워야했고, 이 돌을 이용해 강한 바람을 막고 화산회토(화산재나 그밖의 화산분출물로 이뤄진 토양)를 관리하는 차원에서 밭담을 쌓은 것이다. 밭담의 총 길이는 2만2000㎞에 달한다.
바람이 강한 제주의 특성상 ‘밭담’은 전통농업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며 악조건의 농업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독특한 농업시스템으로 정착해 왔다.
제주도는 ‘밭담’이 제주농업을 지켜온 버팀목으로서 농업적 가치가 높을 뿐만 아니라 제주의 미학을 대표하는 빼어난 문화경관으로 평가를 받게 되자 ‘밭담’을 축제의 소재로 활용, 색다른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
축제에서는 밭담의 기초가 되는 ‘굽돌’ 굴리기 대회, ‘밭담 쌓기 경연대회’ ‘밭담 트레킹’ ‘밭담 골든벨’, 밭담을 주제로 한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 ‘밭담가요제’ 등이 진행된다.
참가자들과 제주 전통음식을 나누는 ‘개회식’, 제주인의 삶과 밭담에 대해 얘기하는 ‘밭담토크콘서트’, 제주전통 도시락 ‘동고량’을 들고 밭담해설사와 동행하는 ‘동고량 밭담 트레킹’도 준비됐다.
이와 함께 여러 종류의 밭담들을 둘러볼 수 있는 밭담테마공원, 밭담과 관련된 사진·예술작품을 전시한 밭담 홍보관, 밭담보전지역 마을들의 특산물을 홍보하는 홍보관 등 밭담과 관련한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흑룡만리’ 제주 밭담, 축제 명소로 용틀임
입력 2016-10-20 18:18 수정 2016-10-20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