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 아니다… 모방범죄 경계해야

입력 2016-10-20 18:52
서울에서 사제총과 사제폭발물, 칼과 방탄조끼로 무장한 남성이 경찰과 총격전을 벌였다. 그가 쏜 총탄에 경찰관 1명이 목숨을 잃었다. 성범죄를 저질러 부착한 전자발찌를 칼로 끊어 버리고 범행을 저질렀다. 충격적인 사건에 가장 우려되는 건 모방범죄다. 사제총기는 이미 여러 차례 적발됐다. 2007년 충남 천안에서 40대 남성이 공사장 파이프와 목재로 총을 제작했고, 2010년에는 고등학생이 K-2 소총의 3배 화력을 가진 총기를 만든 뒤 제작법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암암리에 나돌던 사제총기가 이번에는 실제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제2, 제3의 유사범죄를 부를 개연성이 매우 높다. 범인 성병대(46)처럼 사회에 불만을 가진 이들의 ‘묻지마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치안 당국은 모방범죄 가능성에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한국도 더 이상 총기 안전지대라고 말할 수 없게 됐다. 성병대는 사제총을 17정이나 갖고 있었다. 그만큼 만들기 쉬웠다는 뜻이고 조악해도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했다. 총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사이트와 동영상은 수없이 많다. 재료와 공구도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다. 실제 총과 똑같이 구현하는 3D 프린터가 보편화되고 있으며, 관세청에 적발되는 밀반입 총기도 크게 늘었다. 2011년 160정을 압수했는데 올해는 8월까지 246정이나 적발했다. 총기에 대한 우리의 경각심은 이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성병대 범행 현장에 출동한 경찰도 그가 총을 가졌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한 상태였다. 해외의 총기 제작 사이트를 폐쇄할 수 없는 상황에선 총기 범행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속적인 불법 총기 단속과 함께 대응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전자발찌는 이번에도 범행을 막지 못했다. 전자발찌를 끊고 벌인 범행은 올해만도 여러 건 발생했다. 내구성을 강화하고, 심장 박동 등을 감지해 범행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기능을 서둘러 보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