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파도 이면의 바람을 보라

입력 2016-10-20 20:56

미국교회가 왜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법이 통과되는 것을 막지 못했는지 아는가. 그렇게 많은 대형교회들이 있고 ADF(Alliance of Defence Freedom)라는 방어기구도 있는데 왜 막지 못했단 말인가. 나는 그 이유를 백방으로 알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알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교회 목회자와 변호사 등 12명이 미국에서 있었던 동성애 대처방안 세미나에 참석하고 ADF 본부를 방문했는데 그들을 통해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세미나에 가보니 미국교회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으로 때늦은 뉘우침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미 미국 37개 주에서 동성 간 성행위가 법적으로 용인됐고 연방대법원에서 동성결혼법도 합법화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ADF는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미국교회를 방어하기 위해 변호사들이 조직한 기독교법률단체다. 미국교회들은 문화적, 관습적으로 보호를 받아왔지만 언제부턴가 억울하게 불이익을 당하고 재판까지 가서 거의 다 졌다. 그러나 ADF가 설립된 후로는 80% 이상 승소하게 됐다. 그런데 ADF는 변호사들 모임이기 때문에 반기독교적인 공격의 현상만 보았지 영적 배후의 실체를 보지 못했다. 그들의 사역은 어느 지역교회가 법적 불이익을 당하면 그때그때 변호해주는 일에 급급했다. 그래서 개 교회를 보호하는 일에는 성공했지만 거대한 반기독교적 시류를 보지 못해 동성결혼법이 통과되는 것을 예견도 못하고 막지도 못한 것이다. 이것이 ADF의 한계였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커뮤니티교회가 출현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태어나 탈가치, 탈종교, 탈규범 등을 외치며 자유로운 일탈을 즐기고 살던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용하기 위해 구도자 중심의 문화적 예배를 드리며 커뮤니티교회를 이루기 시작한 것이다. 90년대부터는 대부분 미국교회들이 교회 문턱을 낮춘다는 이유로 진리를 직언하는 것을 스스로 포기했다. 그래서 많은 메가처치(mega church)가 출현을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미국교회 전체적으로 볼 때는 자멸의 원인이 됐다.

나는 이것을 미국 교회의 자살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원색적 복음과 진리전파를 부끄러워하는 것은 교회 스스로 생명을 끊는 자살과 같지 않는가. 실제로 미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우회적으로, 다른 포장에 싸서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성애나 이슬람 반대 등 원색적인 성경의 메시지를 전하면 교인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치유와 힐링, 긍정의 메시지만 전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교회를 공격해 오는 반기독교적인 정서와 공격을 영적으로 보지 못했고, 설사 보았더라도 사회 이슈로 치부해 버렸다.

언제부턴가 한국교회도 앞서간 미국교회를 배운다고 이런 잘못된 흐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성경이 말씀하는 복음 자체와 진리를 말하기보다 힐링과 위로의 설교만 한 것이다. 한국교회도 점점 자멸의 길을 가게 된 것이다.

그런데 ADF의 한 변호사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한국은 동성애나 차별금지법에 대형교회가 나서고 있습니까?” “몇몇 대형교회가 나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희망이 있습니다. 절대로 한국은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심해서는 안 됩니다. 한국교회를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교회가 함께하고 연합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도 개 교회 부흥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교회 전체를 보호하는 교회 생태계를 지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부터 볼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 메가처치와 수많은 교회들이 시대의 흐름을 보고 함께 하나가 돼 교회를 무너뜨리려는 바람을 막아야한다. 지금 세계 모든 교회가 영적 순결성 수호의 마지막 보루와 같은 한국교회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교회는 영적 전쟁의 최전방 실험대에서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ADF 변호사들의 말을 주목해야 한다. 영국과 미국이 보여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제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보자. 더 이상 침묵하지 말자. 성도들부터 깨우자. 거대한 반기독교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한국교회를 지키자.

소강석 목사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