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하늘을 좋아하는 김모(32·여)씨는 다음해 개봉하는 영화 ‘재심’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해 10만원을 투자했다. 영화 관객 수가 165만명을 돌파하면 수익을 보지만, 못 미치면 손해를 본다. 재심은 실제 재심 사건이 진행 중인 ‘약촌 오거리 살인사건’을 재구성했다. 김씨는 “흥행하면 수익도 보고, 좋아하는 영화에 투자할 수 있어 흥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영화계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바람이 불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를 통해 자금을 모집한 재심은 19일 158명으로부터 1억2730만원을 모아 펀딩에 성공했다. 영화가 관객 수 200만명을 넘으면 17.1%, 400만명을 넘으면 95.6% 수익이 난다. 반면 40만명에 그치면 76.1%, 120만명에 그치면 23.8% 손해를 본다.
크라우드펀딩은 벤처업체 등이 인터넷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투자 방식이다. 영화계에서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자금 모집과 함께 마케팅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예산 영화 제작사들도 새로운 제작비 조달 방법이 생겼다며 반긴다. 일반 영화 애호가들은 사실상 영화에 투자할 방법이 전무했는데, 부담 없는 소액 투자가 가능해졌다. 재심은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크라우드펀딩 투자자의 이름을 모두 기재할 계획이다.
다만 크라우드펀딩은 기본적으로 고위험 투자라 투자 희비가 엇갈린다. 와디즈가 모집에 성공했던 사냥은 관객 수 64만5000여명에 그쳐 투자자는 약 50% 손해를 봤다. ‘덕혜옹주’는 당초 5억원을 모집하려 했는데 65명으로부터 5530만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모집에 실패해 자금은 다시 투자자에게 돌려줬다. 반면 인천상륙작전은 5억원을 모집한 후 700만 관객을 동원해 세전 약 25.6% 수익을 냈다.
크라우드펀딩은 모집금액의 일정액을 수수료로 받을 수 있어 증권사도 새 수익모델로 주목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인천상륙작전에 이어 배우 심은경이 출연하는 독립영화 ‘걷기왕’ 펀딩 모집에 성공했다. 저예산 영화여서 손익분기점 관객 45만명만 넘으면 이익을 본다.
크라우드펀딩 업계에서는 투자광고 규제 완화 등을 금융 당국에 주문하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의 한 관계자는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해서 아직도 익스플로러만 활용할 수 있는 등 투자에 불편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상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다른 방식의 광고는 금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가 한 업체에 200만원 넘게 투자하지도 못한다. 금융위는 이런 의견들을 종합해 다음달 3일 크라우드펀딩 제도 개선방안을 금융개혁 추진위에 상정할 계획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부담없는 소액으로 재미… 영화 ‘크라우드펀딩’ 바람
입력 2016-10-20 1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