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 폭행’ 도주하다 주민·경관 잇따라 총격

입력 2016-10-20 00:43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 인근 길가에서 누군가 주민의 머리를 둔기로 쳐서 피투성이다.” 19일 오후 6시27분 전후 112로 이런 신고가 17건 접수됐다. 성모(46)씨가 피해자 이모(67)씨를 쫓아가며 사제 총을 쏘고, 맞지 않자 쫓아가 머리를 망치로 수차례 내리치는 모습을 본 시민의 신고였다. 성씨와 이씨의 관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성씨는 범행을 위해 이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공인중개소에서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씨는 성북구 한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성씨의 총격에 행인 이모(71)씨가 복부에 총알을 맞았지만 살짝 스치는 수준이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번동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김창호(54) 경위 등 2명의 경찰관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시각은 오후 6시29분. 이때 성씨는 자신의 발목에 있는 전자발찌를 끊고 이씨를 폭행한 곳에서 300m 정도 떨어진 오패산까지 도주했다. 성씨는 허공을 향해 총을 10발 정도 쐈다. 김 경위 등은 총소리를 쫓아갔다. 숲에 숨어 있던 성씨는 6시33분 김 경위와 마주치자 총을 쐈다. 총알은 김 경위의 왼쪽 어깨 뒤쪽을 맞혔다. 관통은 안 됐지만 폐에 총알이 박혔다. 김 경위는 바로 쓰러졌고, 도봉구 한일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오후 7시40분에 숨졌다.

뒤이어 도착한 이승현 경위는 공포탄 1발을 쏘고 성씨를 향해 실탄 3발을 발사했다. 성씨도 응사(應射)하면서 총격전이 발생했다. 대치 상황에서 시민 김모(50)씨 등 3명이 경찰과 함께 성씨를 덮쳤다.

성씨는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준비한 모습이었다. 검거 당시 야구점퍼에 방탄복을 입고 있었다. 총격전이 벌어진 현장에서는 총 16정의 사제 총기가 발견됐다. 오패산 숲 곳곳에 총기를 숨겨두고, 공인중개소 옆에는 총기를 담은 가방을 뒀다. 총은 나무와 쇠파이프로 만들어진 조악한 모습이었다. 경찰은 “총은 심지에 불을 붙이면 쇠구슬이 나가는 방식이라고 성씨가 진술했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총기 제작법을 보고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물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요쿠르트 병도 발견됐다. 흉기도 7개나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