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시내에서 직접 만든 총기로 경찰관을 쏴 숨지게 한 성모(46)씨가 평소 범행을 철저히 준비해 온 정황이 드러났다. SNS에는 경찰과 공권력을 향한 적개심이 가득한 글을 수시로 올렸다. 스스로에 대한 패배의식도 거칠게 드러냈다. 앞서 저지른 두 차례의 성범죄에 대한 사법기관의 조치에 품은 불만이 화근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에 따르면 성씨는 검거 당시 나무 재질의 사제 총기 16정과 칼 7자루, 폭발물 1개, 망치 1개를 갖고 있었다. 방탄복도 착용한 상태였다. 그가 범행을 미리 계획했다는 증거는 페이스북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성씨는 경찰이 성범죄 전과로 전자발찌를 찬 자신을 감시하다 살인 누명을 씌우고 죽이려 든다는 글을 수시로 올렸다. 일종의 망상 증세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성씨가 본인의 이름 대신 다른 이름을 내세운 페이스북에 남긴 마지막 글은 범행 하루 전인 지난 18일 오후 2시59분에 올라왔다. 그는 ‘내 동선에 맞춰 상인들 길가에 나와 담배 피는 척하며 칵퉤작전 전개시키는 강북경찰서 위치정보’라는 말과 함께 비속어를 적었다. ‘내가 알아서 사고 치게 그냥 놔둬라’고 쓰기도 했다. 성씨는 경찰이 자신을 음해하기 위해 일반 시민을 동원해 벌이는 행동을 ‘칵퉤작전’이라고 칭했다.
앞서 지난 15일에는 ‘경찰은 이사할 집을 정해두고 큰누나를 통해 내가 그리로 이사하도록 종용해 왔다’ ‘경찰은 화재 안전사고를 가장한 암살 음모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며 락스와 비닐봉지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13일에는 ‘나를 상대로 한 현행범 체포현장에 출동하지 마라. 괜히 진급 욕심내다가 죽는 수가 있다’고 썼다.
이런 적개심은 성범죄 전과 처벌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일에는 자신의 한국성폭력범죄자위험성평가척도(KSORAS) 결과를 사진 찍어 올리고 “KSORAS 감정서는 ‘범행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을 어느 정도 느낀다’고 (나를) 평가했는데 나는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거나 뉘우친 적 없다. 내가 죄를 인정하는 것처럼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스로에 대한 패배의식도 짙었다. 같은 날 성씨는 통장 사진과 함께 ‘내 전 재산은 9493원이다. 40대 중반에 실업자에 가난뱅이, 거기다 국민왕따. 이 정도면 실패한 인생의 전형적인 표본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성씨를 한국형 ‘외로운 늑대’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성씨는 두 차례 강간을 저질러 2003년 6월 12일 수감돼 2012년 9월 12일까지 9년6개월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2000년 4월 친구와 함께 주거침입 특수강간으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2003년 6월 청소년 강간으로 또다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앞서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되면서 총 7년6개월의 징역이 확정됐다. 여기에 2008년 수감 도중 교도관을 제도용 샤프로 찌르는 등 상해한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총 9년6개월의 형을 살았다. 또 동료 수감자를 무고한 혐의 등으로 2010년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12년 9월 출소했으나 법원으로부터 2014년 1월부터 5년간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았다. 성씨는 부착 기간이 길다며 항고했고 법원이 지난 4월 부착 기간을 3년으로 변경한 상황이었다. 부착명령은 지난 6월 성씨가 대법원에 낸 재항고를 취하하면서 확정됐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SNS에 “체포현장 출동 마라… 진급 욕심내다 죽는다”
입력 2016-10-20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