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4남북정상선언에 ‘3자 또는 4자 정상의 종전선언’ 문구가 들어간 건 북한의 의중에 따른 것이었다고 당시 외교부 당국자가 미국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향후 평화체제 논의에서 북한이 남한이 아닌 중국을 배제하려 했기 때문이었다고 미국 측에 설명했다.
19일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에 공개된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의 전문(2007년 10월 4일자)을 보면 조병제 당시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10·4선언의) ‘3자 또는 4자’라는 문구는 엄밀한 군사적 논의(strictly military discussions)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북한의 노력이 반영된 것이었다”고 미국 측에 설명했다.
이 내용으로 미뤄볼 때 당시 외교부는 ‘3자 또는 4자’ 문구와 관련, 배제 대상은 남한이 아닌 중국이라고 공식 입장을 확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수장이었던 송민순 당시 외교부 장관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북한이 사정에 따라 중국이나 한국은 빼겠다는 전술을 구사할 여지를 갖겠다는 것으로 보였다”고 기술했다.
노무현정부 핵심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자로 보면 남북한과 미국을 얘기하는 것이며 4자가 되면 중국이 들어간다. 남한이 빠지는 것처럼 쓴 건 잘못”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당시 남북 정상회담 진행 과정에서 외교부가 뒷전으로 밀린 불만이 뒤늦게 터졌다는 시각도 있다. 버시바우 대사는 10·4선언 다음날인 2007년 10월 5일자 전문에서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송 장관이 평화체제와 관련, ‘3자 또는 4자’라는 표현에 반대했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이 문구는 최종적으로 공동선언에 들어갔다”고 했다.
특히 버시바우 대사는 조중표 당시 외교부 1차관의 남북 정상회담 관련 디브리핑을 청취한 뒤 작성한 전문에서 “(조 차관이) 미리 준비한 요지를 읽기만 했다. (외교부가) 실질적인 협의에는 참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였다”면서 “외교부가 남북 정상회담 추진 과정에서 배제됐던 게 분명하다”고 보고했다.
조성은 정건희 문동성 기자 jse130801@kmib.co.kr
[단독] “10·4 선언 ‘3자 또는 4자’ 문구는 中 배제하려는 北 의도 따른 것”
입력 2016-10-20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