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이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07년 노무현정부의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시점과 ‘송민순 회고록’의 진실성을 언급하면서 새누리당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새누리당은 이 원장 발언을 지렛대 삼아 공세 수위를 한층 높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북한 의사를 사전에 확인해보자는 제안을 사실상 수용했다는 이 원장의 답변이 나오면서 문 전 대표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국정원장이 명확한 기록을 공개하지 않은 채 정치적 중립성을 잃은 답변만 내놨다고 반발했다.
새누리당은 이 원장이 ‘북한 결재’ 의혹에 대해 정보기관 수장으로서 최대한 우회적으로 사실 인정을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감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한 의원은 “국정원장 입장에서 기밀을 보호해야 되고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기 싫어서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며 “단정적으로 말해 ‘사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이 원장이 회고록에 대해선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안 함)라고 본인 느낌을 정확하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또 “야당 의원들이 그것은 사견 아니냐고 하자 (이 원장이) 분명히 ‘국정원장으로서 질의응답에서 나온 공식적 얘기’라고 했다”고도 했다.
반면 야당은 “극히 유감”이라며 북한 의사의 사전 확인 여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NCND라고 했던 이 원장의 답변이 국정원의 ‘공식 입장’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개인적 의견을 물어봐서 대답한 것뿐”이라고 이 원장이 답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남북 경로로 북한 의사를 확인해보자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 제안을 수용했다는 데 대해선 “어떤 자료에 근거한 게 아니라 (이 원장) 본인이 생각하기에 ‘맞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문 전 대표를 깎아내리려는 의도라고 맹비난했다. 문 전 대표 측 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권의 정권 연장 음모이자 제2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라며 “여권에 역풍이 불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을 파고들었다. 이 원장은 ‘○통령’ ‘부원장’ 등으로 불리는 국정원 국내 담당 실·국장이 보고라인을 무시하고 우 수석에 직보한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알아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국정원이 이에 대한 감찰을 실시해 보고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날 정보위 국감은 당초 오전 10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11시30분에야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송민순 회고록’에 기록된 이른바 ‘싱가포르 쪽지’ 자료 등 공개 여부를 놓고 여야가 맞서면서 파행을 겪었다.
이종선 김경택 기자remember@kmib.co.kr
국정원장 ‘北 결재’ 의혹 사실상 인정… 文 타격 불가피
입력 2016-10-19 21:56 수정 2016-10-20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