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崔씨 주변 실체없는 회사들 ‘獨으로 자금유출’ 통로 의혹
입력 2016-10-20 04:00
스포츠 인재와 호텔 숙박
고영태(40)씨는 최씨 소유로 알려진 더블루케이의 경영에 관여하기 전부터 또 다른 광고·스포츠마케팅 회사 코어플랜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었다. 등록된 본점 소재지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코어플랜은 광고업 이외에도 ‘스포츠마케팅 관련 물적 인적 인프라 제공’ ‘브랜드와 스포츠 선수 연결(스폰서십 연결)’ 역시 사업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12일 설립된 K스포츠재단이 밝힌 ‘인재 발굴 국가대표 선수로 양성 및 지원 사업’ ‘한국 체육 인재의 국제대회 참가 지원’ 등의 목적과 흡사하다. K스포츠재단보다 하루 전 설립된 더블루케이 역시 체육 분야의 우수 인재를 양성·발굴해 각국의 교육·대회에 참석하게 하려는 목적을 띠고 있다. 대부분 설립 과정에서 최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독일 법인의 경우 최씨의 딸 정씨가 소유한 지분도 있는 것으로 드러난 상황이다.
코어플랜의 다양한 사업 목적 가운데에는 ‘종합관광 레저 및 호텔 숙박업’ ‘연예인 및 스포츠선수 등의 매니지먼트업’ 등도 있다. 이는 지난해 7월 독일에 설립됐고 최씨 모녀가 지분을 모두 소유한 ‘비덱 스포츠 유한책임회사(Widec Sports GmbH)’의 영업 내용과 통하는 부분이다. 비덱은 호텔업과 컨설팅업을 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지난 6월 현지에서 3성급 호텔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어플랜 주소지는 공교롭게도 최씨가 한때 대표로 있던 커피 수입업체 ‘얀슨’ 사무실과 500m가량의 지근거리에 있다.
실체 없는 최씨 주변 회사들은 서로 계약 등으로 얽히며 결국 독일로의 자금유출 통로로 쓰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K스포츠재단은 ‘2020 도쿄올림픽 비인기 종목 유망주 지원’ 사업의 주관사로 비덱을 선정하고 대기업에 80억원의 사업비를 요구하기도 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비덱의) 호텔 인수자금의 출처를 조사해야 한다. 회사 보고서에 등재된 정식 직원이라는 게 승마 코치 한 명밖에 없는데 이런 회사에 거액의 프로젝트를 맡긴 이유가 무엇이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공식 발언했다.
한독상의 “독일 쌍둥이 회사 몰랐다”
더블루케이 한국법인은 지난 3월 말 “직원이 15명”이라며 한독상공회의소에 회원 가입을 신청, 승인을 거쳐 회원사가 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독상의 회원사들은 콘퍼런스·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컨설팅서비스나 커뮤니케이션 지원, 부가가치세(VAT) 환급서비스 등에서도 혜택이 있다.
더블루케이 한국법인은 이 과정에서 ‘쌍둥이 회사’ 의혹을 받고 있는 동명의 최씨 모녀 소유 독일법인에 대해서는 한독상의에 알리지 않았다. 한독상의 관계자는 “가입 당시에는 한국 회사로 등록을 해서 독일과 관계가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중에 유추해 보니 독일 쪽에 쌍둥이 회사의 근거지가 있으니 무엇인가 활동을 해보려 했던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만나본 적도, 행사에서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더블루케이 한국법인이 온라인으로 적어낸 회사 소개에서 설립 목적은 ‘한·독 비즈니스 네트워크’로 돼 있었다. 회사 소개가 상세하지 않았지만 한·독 비즈니스 협력을 위해 가입을 신청하는 경우 서류상 문제만 없으면 회원사가 된다는 게 한독상의의 설명이다. 더블루케이 한국법인은 한독상의에 회원가입을 신청할 때 대표이사 최모 변호사의 이름을 외국어로 적었다. 최 변호사는 소속 로펌에 연락을 취해 “다음주까지 외부 일정이 있어 못 나올 것”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용택 이경원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사진= 윤성호 기자,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