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객이 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과 전동차 문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올해만 스크린도어 사망사고가 3번째다. 사고가 발생한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은 지난 5월 구의역 참사 이후 진행된 서울시의 스크린도어 전수조사에서 ‘전면 개량’ 대상으로 선정됐지만 수리·교체가 이뤄지기 전에 참사가 발생했다. 구의역 참사 이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대응이 늦은 바람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해 서울시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19일 오전 7시18분쯤 5호선 방화행 김포공항역에서 내리던 승객 김모(36)씨가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출입문 사이 폭 28㎝ 공간에 갇혔다. 지하철에 타고 있던 승객이 내부 인터폰으로 윤모(47) 기관사에게 급히 이 사실을 알렸고, 기관사는 27초간 전동차 문을 열었다 닫고 확인 없이 출발했다. 김씨는 출입문이 열린 동안에도 틈새를 빠져나오지 못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 김씨가 틈새를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출발하는 전동차에 7.2m 정도를 끌려가다가 비상문 레버가 열리면서 튕겨 나왔다. 그는 고양시 명지병원으로 응급 이송되던 중 오전 8시18분쯤 사망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조사결과 사고 발생 당시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장애 감지센서는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두께 7.5㎜ 이상의 장애물이 전동차 출입문에 끼여 있으면 기관석에 경고등이 뜨고 전동차는 출발하지 못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나열 사장직무대행은 “기계 작동 내역을 조사한 결과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는 기계적으로는 이상한 점이 감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크린도어와 전동차 출입문 사이 간격이 28㎝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성인이 낀 상태에서 스크린도어나 전동차 출입문이 완전히 닫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기계 고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포공항역 스크린도어는 서울시에서 가장 빠른 2005년 설치됐다. 그러나 노후화 등의 이유로 장애 사고가 많이 발생해 악명이 높았다. 서울시도시철도공사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5∼8호선 152개역 평균 스크린도어 장애 횟수는 2.6건이었지만, 김포공항역은 27건으로 10배 수준이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구의역 사고 이후 대대적으로 원인 규명을 위해 지난 6∼7월 서울시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전수조사하고, 김포공항역을 ‘전면 개량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지지 않은 상황이다. 대책만 발표하고 실행에 옮기지 않다가 사고가 재발된 것이다.
사고 원인이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인력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관사는 김씨가 끼였다는 신고를 받고도 출입문을 열었다 닫기만 했을 뿐 직접 나가 확인하지 않았다. 나 사장직무대행은 “현재 여건상으로 (승객이 끼였을 때) 현장에 직접 가서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조성애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조성애 정책기획국장은 “1∼4호선의 경우에는 지하철 기관사가 2명이어서 사고가 발생하면 1명이 직접 나가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5∼8호선은 기관사가 1명이어서 어렵다”며 “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인력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별도 팀을 구성해 김씨가 사고를 당한 칸에 탄 목격자를 찾고 있다.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또 ‘살인 스크린도어’… 사람이 끼였는데 ‘감감’
입력 2016-10-20 00:03